■ 전매초대석/ 박태영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직무대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지난달 25일로 개관 5주년을 맞았다. 올 연말로 한시적인 국가기관 지위를 갖는 문화전당의 국가기관화, 특별법 5년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아특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지만 전당은 그동안의 성과를 분석하고 향후 5년간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등 다가올 5년에 대비하고 있다. 본지는 박태영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직무대리를 만나 아시아 문화교류 거점기관이자 실험적 창·제작 문화발전소로 성장해 온 그동안의 성과와 아특법 개정안에 대한 전당의 입장,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개관 5주년을 맞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그동안 성과와 향후 운영 계획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지난 11월 25일로 개관 5주년을 맞이했다. 아시아 문화교류 거점기관이자 실험적 창·제작 문화발전소로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그동안 894건의 다양한 콘텐츠를 운영했는데 이 중 전당에서 기획하고 창·제작한 프로그램의 비중이 80%인 715건에 달한다. 이는 다른 문화예술기관과 차별화된 전당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아시아문화주간 등 해외국가 및 예술가들과 활발한 협력 사업을 통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아시아문화교류와 창작의 거점기관으로서 전당의 인지도와 위상 또한 높아지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시민들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1,070만 명이 넘는 분들이 문화전당을 찾았다. 특히 야외 하늘마당과 어린이문화원은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문화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의 인기명소가 된 동명동 카페거리와 같이 지역경제와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보다 노력하겠다.

그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향후 5년간의 콘텐츠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에 있으며 이를 통해 전당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보다 노력하겠다.또한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 협력체계를 강화해 성과를 확산해 나가는 작업들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제적으로는 아시아문화교류의 중심 기관으로서 명확한 위상을 확립하고 지역적으로는 5월 광주정신과 연계, 미디어아트 등 지역전략 분야와 협력을 강화하고 관광과 접목을 보다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국가기관 지위를 갖는 문화전당의 정상화를 위한 해법 모색이 진행 중이다. 문화전당과 문화원을 정부 소속 기관으로 통합 운영하고, 문화재단을 설립하자는 아특법 개정안에 대한 전당의 입장은.

▲문화전당은 아특법상 국가의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는 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규정돼 있다.
이러한 기능의 효율적 수행과 공공성 확보, 안정적인 운영기반 마련을 위해 전당이 국가기관으로 유지되고,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전당과 문화원의 이원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관 간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재설계한 아특법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특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엔.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나기를 희망한다. 그렇지만 아특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현행 법 체계하에서는 연말까지 성과 평가를 거쳐 내년에 전당의 업무를 전부 위탁해야 되는 상황이다. 전당이 수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업무는 문화원이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전부 위탁이 이뤄질 경우 전당 조직과 기능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되겠지만, 현재의 조직과 기능은 유지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길 것으로 본다.

-전당장 직무대리 체제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전당장 선임이 안되는 이유는.

▲그동안 5차례에 걸쳐 전당장 공모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적격자를 선발하지 못하고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 안타깝게 생각한다. 저 자신도 전당장 직무대리로 임명돼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직무대리 여부와 상관없이 더욱 더 열정과 사명감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

전당장 선임 문제는 전당의 운영체계와 관련된 법 개정문제와 연계돼 있다. 현재 전당은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됐다. 책임운영기관장의 공모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2년 이상의 근무기간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내년부터 전당의 기능을 전부위탁하게 되어 있어 현행 아특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현재 전당장을 선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아특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전당장을 선임하는 공모절차가 조속히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화전당의 현재 인력 운용 애로사항과 개선방안은.

▲인력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당은 아특법에 따른 전부위탁 기한 설정으로 다른 기관에 비해 정원이 적게 배정되고 증원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일반직 공무원 32명, 전문임기제 공무원 16명 총 48명의 공무원 정원으로 운영을 하고 있으나 전당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정된 인력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선 관련기관 및 전문가들과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력 증원 문제는 운영체계에 관한 아특법 개정문제와 관련된 만큼 법 개정 상황에 따라 전문 인력 확충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전당이 경쟁력을 갖추고 자립기반과 수익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대책은.

▲현재 프로그램 운영과 유통, 시설 대관, 주차장 등 편의시설 운영 등을 통해 연 20억 정도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아시아문화를 기반으로 한 국제교류와 조사연구, 교육사업, 실험적 창제작 등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전당의 특성상 수익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안정적인 운영기반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자립기반 확충을 위해 창·제작한 콘텐츠의 지식재산권과 대외 유통 수익을 확대할 계획이다.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중적인 행사와 전당 투어 등의 유료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 문화상품 및 편의시설 활성화와 함께 새로운 수익구조 마련을 위해서도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문화전당을 대표할 브랜드 공연이나 대표 콘텐츠 확보 방안은.

▲설립 5년차 신생기관으로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유망 콘텐츠 확충을 위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콘텐츠 구축을 통해 창·제작 역량을 축적해 왔다.
국내외 각국과의 교류활동과 국제 레시던시 운영, 아시아문화자원의 조사와 연구, 스토리 공모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 제작 기반을 마련했다. 제작된 콘텐츠는 국내외 문화예술기관 등에 유통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에도 크게 호평을 받은 ‘나는 광주에 없었다’, ‘시간을 칠하는 사람’ 등 5·18 관련 콘텐츠와, 덴마크와 공동 창·제작한 공연 ‘전쟁의 슬픔’, 기술기반 참여형 가상현실 융복합 공연 ‘아시아의 몸짓: 비비런’등을 선보인 바 있다. 올 말까지 수립 예정인 콘텐츠 중장기계획을 통해 그 동안의 성과를 분석하고 앞으로 5년간의 운영방향을 마련해 전당의 차별화된 콘텐츠 브랜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그동안 구축한 콘텐츠 중 우수 작품을 정례 공연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몰입형 미디어와 체험형 실감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상설 전시관도 조성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한 콘텐츠 운영 전략은.

▲코로나 19 상황으로 인해 우리 생활뿐 아니라 전당과 같은 문화기관 운영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문화 향유와 교류협력, 소통의 방식을 준비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관람객들이 직접 찾기 어렵기 때문에 비대면 디지털 콘텐츠를 확충하고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소통채널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당에서 이뤄지는 각종 전시와 공연, 교육 프로그램 실황을 디지털로 제작하고 채널 ACC+ 유통플랫폼 메뉴를 새롭게 만들어 온라인으로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국제공동제작의 경우도 각국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서로 토의와 연습을 하고 공연실황을 영상으로 촬영해 보내면 이를 각각 디지털로 편집해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품을 만들어 영상으로 송출하고 있다. 예컨대 아시아 10여 개국의 예술가들로 구성된 아시아전통오케스트라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올해 3개의 새로운 창작품을 만들어 순차적으로 영상 공개하고 있다.

코로나 19 언택트 상황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공연도 시도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배우와 관객이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상호 소통하는 문화예술과 기술 결합의 가상현실 융복합 공연인 ‘비비런’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앞으로도 전시, 공연, 콘텐츠 제작 땐 디지털 콘텐츠도 함께 만들어 비대면 콘텐츠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 온라인을 통한 영상 콘텐츠 유통도 확대해 나가겠다.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 진행에 따른 민주평화교류원 공간 활용 계획은.

▲현재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에서 복원과 전시 기본계획을 진행 중이다. 전당도 이에 발맞춰 추진단과 유기적인 소통과 협조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추진 중인 옛 전남도청의 실시설계 용역과 전시 기본계획이 수립되면 이에 따른 구체적인 공간 활용 계획과 함께 당초 구상된 민주평화교류원의 기능을 다시 한 번 설정하는 문제를 병행해 검토할 계획이다.

-끝으로 문화전당을 아끼는 시민에게 한 말씀.

▲문화전당은 지난 5년 동안 지역 내에서는 문화로 소통하는 열린 공간이자 대외적으로는 아시아문화를 교류하고 창·제작하는 문화발전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설립 5주년을 맞은 신생 기관으로 아직은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 그렇지만 아시아 문화예술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문화예술기관이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핵심 문화시설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함께 해주시고 때로는 격려와 응원을, 때로는 쓴소리를 해주신 시민 여러분 덕분에 전당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지역사회와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시민 여러분께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더욱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