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드러난 의료 인프라 민낯

전남은 의료수요가 높은 고령인구 및 장애인 등 의료 취약계층 비율이 매우 높다.

전국 최초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전남도는 현재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3.3%를 차지하고 있으며 등록 장애인 비율은 7.5%로 전국 1위다.

정부에서 발표한 99개의 의료취약 시·군 중 17곳이 전남 소재로 22개 시군 중 77%가 의료 취약지인 셈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69명으로 전국 평균 2.07명보다 낮다. 뇌혈관과 소아외과 전문의는 전무한 실정이며,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도 10만명당 1.4명으로 전국 최하위다.

사람이 거주하는 276개의 섬 중 의사가 없는 섬은 164곳에 이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료 취약성은 더 드러난다. 전남의 보건의료원,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등 공공보건의료기관은 모두 569개소다. 이중 의사가 필요 없는 보건진료소를 제외하면 242개소에 근무하는 의사의 99.3%는 공중보건의사다.

열악한 의료 인프라는 코로나19 사태로 한계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현재 도내 감염내과 전문의는 목포 한국병원과 순천 성가롤로 병원에 화순전대병원 각각 한명씩 단 세명뿐이다.

국가 지정 감염 입원 치료병원인 국립목포병원조차 치료 병상만 있을뿐 감염병 전문의는 없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전남대병원이나 조선대병원으로 이송했다.

실제 이번 코로나19 기간동안 도내 중증환자 80%이상은 광주에서 치료를 받아야만했다.

열악한 의료 인프라로 연간 약 80만명이 의료서비스 이용을 위해 타시도로 가고 있다. 연간 유출 비용만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전남도에는 세 곳의 지방의료원이 있다. 순천의료원과 강진의료원은 도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고, 목포의료원은 목포시에서 운영중이다. 이들 지방의료원도 의사 부족 문제를 겪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세 곳 의료원에 필요한 의사정원은 51명이지만 현재 의사 인력은 70%에 불과한 36명뿐이다.

실제 전남은 2012~2015년 평균 기대수명 80.7세, 건강수명 64.9세로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가구소득 상위 20%와 하위 20%간 건강수명 격차는 13.1년에 달했다.

특히 만성질환이 많고 의료비용 소요가 많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2.9%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1인당 진료비는 230만원으로 전국 평균 170만원을 크게 상회하고있다.



◇동·서부권 유치 경쟁 과열

전남 동·서부권 지역 간 의대 유치전 과열 경쟁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4·15 총선 당시 동·서부권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 후보들은 의대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치권과 함께 경제단체·자치단체장까지 유치 타당성을 내세우며 입장문 발표에 나서고 있어 유치전은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7월 전남 서남권 9개 시·군 자치단체장은 목포대 의과대 설립을 강력히 건의했다.

목포·해남·영암·무안·함평·영광·완도·진도·신안 등 전남 서남권 시장·군수들은 ‘국립목포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설립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중앙부처에 요청할 건의문을 채택했다. 같은 시기 여수·광양·순천상공회의소는 의대신설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히며, 순천대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동부권 경제계의 역할을 모색하기로 했다.

유치 경쟁에 뛰어든 목포대는 의과대학 유치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의대 및 부속병원 부지를 확보해놓은 상태다.

순천대도 최근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여수산단 사고에 대처할 중증외상센터의 필요성과 동부권 인구가 서부권에 비해 20만명이 많아 의료서비스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과대학 유치를 둘러싼 동·서부권간 갈등 확산을 두고 전남지역 의대유치 성공에 우선 힘을 모아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남도는 의과대학 신설 혜택이 도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정원 100명 이상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있다.

정원을 50명씩 나눠 동·서부권 양쪽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 설립되도록 정부와 관계 부처에 적극 건의하고 있다.



◇정부방침 확고…신설 기대감 고조

지난달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 방역 점검차 목포시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의과대학 설립이 원점이 된 것은 아니고, 정부의 방침이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의료관련 단체들과 협의했을 때 전남에 의과대학이 없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발언은 전남 의과대학 설립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 뿐만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남대와 조선대도 의과대학 신설시 교수진 확보 등 적극 협력을 약속했다.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절차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복지부, 의사협회 관계자가 참여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제1차 의정협의체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는 의정협의체 향후 운영방안 및 코로나19 대응 협력방안, 의대정원 확대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이들은 코로나19 상황 안정화 이후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과대학 신설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으며, 향후 필수 의료 육성 및 지원, 의료전달 체계 개선, 지역 의료 개발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했다.

전남도는 다큐멘터리 제작, 국회 포럼, 취약지역 도민 토론회 등 당위성 확보를 위한 대국민 홍보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열악한 의료 현실과 30년 넘게 이어진 200만 도민들의 열정과 열망이 매우 큰 사항임을 고려해볼때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에 국립의과대학 신설을 확정을 서둘러야한다”며 “도민들께서 지금까지 현안 사업 실현을 위해 힘을 모아주신 것처럼 의대 신설이 마무리 될때까지 계속해서 큰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길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