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탄생한 스타벅스 1호점이 있는 곳 시애틀.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에 자주 등장한 랜드마크 스페이스 니들, 쭉쭉 뻗은 전나무, 보슬비와 안개, 깊고 푸른 호수….

여행 에세이 ‘시애틀은 우산을 쓰지 않는다’(노란잠수함 刊)에는 30년째 아시아나항공에서 근무 중인 김태엽 상무가 가장 사랑한 도시 시애틀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12년부터 2016년 초까지 시애틀에 주재했던 저자는 미국 서북부, 특히 워싱턴주의 자연에 푹 빠져들었다. 책에는 4년 2개월의 주재 생활과 이후 틈틈이 서북미를 방문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생생히 기록됐다.

지난 2018년 3인 공저로 ‘시애틀 이야기-자연, 사색 그리고 사람’을 펴냈던 저자는 공저에서는 서북미에 거주하는 동포들을 주 독자로 한정된 이야기를 썼지만 이번에는 시애틀과 서북미에 관심있는 이들과 함께 그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초등학생 때부터 지도 보기를 좋아했던 저자는 해외 출장을 갈 때 꼭 카메라를 챙겼다고 한다. 서북미의 대자연 등 저자가 찍은 다양한 사진이 풍부하게 실린 이 책은 코로나19로 1년여 발이 묶인 여행을 떠나고픈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긴다. 또 지리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저자의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 관점이 책 곳곳에 드러나 새로운 지식으로 책을 읽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책은 1장 시애틀과 서북미의 탄생, 2장 시애틀은 자유다, 3장 자연이 가르쳐 주는 것, 4장 홍수 이후 등 4장으로 구성된다.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 최초의 1호점은 다른 곳에 있었지만 이곳을 1호점으로 내세우고 홍보하면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이 1호점은 원래 커피 원두만을 팔던 가게였다.

‘지리를 알면 스토리가 보인다’, ‘서북미 지리의 탄생’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서북미와 시애틀의 생성에서부터 커피·대중음악 등 문화 이야기, 시애틀의 비, 옐로우스톤, 세인트헬렌스, 캐논비치 등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까지 설레이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지구 면적의 0.2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 온대 우림(Temperate rainforest) 기후대인 호 레인 포레스트 지역이나 지금 마시고 있는 스타벅스 커피의 탄생 등 ‘아하, 그렇구나’ 할 만한 상식들이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풍요롭고 너그러운 대자연이 주는 혜택을 받고 자라난 사람들은 생각도 다양하고 자유롭다”며 “자연을 알게 되면 서북미 사람들의 생각, 문화, 예술을 이해할 수 있다. 서북미의 자연과 작물, 자연과 자유의 정신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이가 꿈꾸지만 잘 알지는 못했던 매혹적인 도시 시애틀의 다양한 매력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부 오리건주의 조각품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밴든 해변.

저자는 고려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캐나다 콩코디아대학 국제항공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국제업무, ALLIANCE 팀장, 마닐라 지점장, 시애틀 지점장, 항공보안 팀장을 거쳐 현재는 대외협력 담당 상무로 본사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