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지역
문화
스포츠
기획
특집
오피니언
사람들
열린세상
전매광장
데스크칼럼
사설
에세이

아름다운 마무리
김한호(문학박사·문학평론가)

2021. 02.24. 07:16:46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좋다는데, 사람은 한 번 태어나면 언젠가는 이승을 떠나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인생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친구가 있어 안타까웠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어쩔 수 없더라도 나이가 들어 늙어가면, 곱게 물든 저녁노을처럼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줄 알아야 한다.

몇 년 전,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서 “나이야 가라!”고 외쳐보았지만 나이는 결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나이가 많아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망설여진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나이를 ‘만 나이’, ‘연 나이’, ‘한국 나이’ 세 가지를 사용하는데, 12월에 태어난 나는 ‘만 나이’보다 ‘한국 나이’가 두 살이나 많은 애먼 나이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를 거꾸로 세는 부족이 있다. 미얀마의 작은 섬에 사는 ‘올랑사키아’라는 부족은 아이가 태어나면 60살이 된다. 이후 해마다 한 살씩 줄어 60년이 지나면 0살이 된다. 더 오래 살면 10살을 주고 또 한 살씩 줄여간다. 나이를 더하기가 아닌 빼기를 하는 셈이다. 셈법만 달랐지 늙어간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한다. 다들 100살까지 살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최장수 나이는 1997년에 사망한 프랑스의 잔 칼망 할머니의 122살 164일이었다. 그런데 2020년 한국인의 연령별 생존율을 보면, 70살 86%, 75살 54%, 80살 30%, 85살 15%, 90살 5%이며, 100살까지 산 사람은 1.6%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100살을 살겠다고 하면서 노후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장수(長壽)를 오복(五福)인 수(壽), 부(富), 강령(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중에서 으뜸으로 여겼다. 그래서 오래 사는 노인을 경륜이 있는 어른으로 존경했다. 그러나 요즘은 오복을 건강, 재산, 일, 배우자, 친구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배우자나 가족, 친구와 같은 인간관계가 노년의 행복을 좌우하게 된다.

지혜로운 사람은 노년의 자기의 길을 안다. 여생을 의미 없이 지루하게 살 것인지, 아니면 인생의 새로운 삶을 찾아 보람되게 살 것인지는 인생 후반기의 계획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 노년에도 건강하게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사고와 즐거운 생활을 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개인의 삶은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떤 인간관계를 맺고 사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남에게 선행을 베풀어야 한다. 그리고 항상 온화하게 미소 짓는 얼굴로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한다. 남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남을 간섭하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자기가 옳다고 고집 부리지 않으며 남과 다투지 않아야 한다. 출세하거나 재산이 많다고 자랑하지 말고, ‘입은 닫고 지갑은 여는’ 베푸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노후에는 행복의 원천을 자식이나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두어야 한다. 그러면 가족과의 관계, 내 삶에서 우선순위 등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재산은 죽은 후에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하지 말고, 살아있을 때 자식의 성장 과정에 따라 계획을 세워 나눠주는 것이 좋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가진 것을 잠시 가지고 있다가 언젠가는 모두 버리고 떠나야 한다. 그러므로 유산으로 남기지 말고, 자신을 위해 쓰고 남에게 선행을 베풀어야 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가장 후회하는 일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더 표현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울면서 태어났다. 그러나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웃으면서 떠날 수 있도록 자기가 가진 재산과 사랑을 다 베풀며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인생 노을 지는 해처럼 저물거든, 한세상 덧없이 살다간 육신 청산에 벗어놓고, 별들이 모여 사는 그곳으로 모든 것 다 버리고 바람처럼 떠나자.

정치

사람들

경제

사회

기사 목록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