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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관찰자 늘리는 게 예방의 지름길

2021. 02.25. 10:12:26

‘아동학대’, 관찰자 늘리는 게 예방의 지름길

아이에게 신체·정서적 위해 가하는 것 명백한 학대
피해아동쉼터 정원 단 7명뿐…장애아동 갈곳 없어
인프라·인력 확충, 적정한 예산 확보 뒷받침 절실

일명 ‘정인이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사망한 것을 넘어 특히 각 기관의 미흡한 대응 절차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전문가들은 여론 달래기식의 사후조치를 넘어 매년 되풀이되는 비극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예산 편성과 함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빛고을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아동학대 실태와 개선 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글 민슬기 기자 사진 김생훈 기자·빛고을아동전문보호기관 제공

◇빛고을아동보호전문기관

빛고을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은 아동복지법 제45조에 의거해 설치된 기관으로 지난 2016년 10월 사회복지법인 동명회가 광주시로부터 수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동구, 남구, 북구 3개구를 관할하고 있으며 아동법 제46조에 따라 피해 아동과 그 가족 및 아동학대 행위자를 위한 상담치료 및 교육, 피해 아동 가정 사후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상담사 한 명당 약 40여 가구(평균 아이수 2명 기준)를 담당한다. 신고 및 접수된 건에 대한 아동학대 조사는 필수적으로 실시한다.현장에는 숙련된 전문상담원이 학대예방경찰관(APO)과 동행해 조사를 진행한다. 문제 상황을 빠르게 인지한 후 보호모니터링(사례관리)을 들어가야 하는지, 아이를 부모로부터 긴급히 분리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매뉴얼과 지침을 기반으로 이뤄지지만 그들의 노련한 판단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분리 보호가 필요할 때 아동이 받을 수 있는 도움으로는 학대피해아동쉼터가 있다. 다양한 사정(정원 초과, 쉼터 생활규칙 불순응으로 입소 거부)으로 쉼터 입소가 불가할 경우 아동 연령을 고려해 청소년일시보호소, 청소년일시쉼터 등을 찾기도 한다. 분리 보호 외 학대 피해 후유증을 찾기 위해 심리치료를 제공하거나 의료적 처치가 필요할 경우 병원 진료 및 입원치료를 지원하는 등 피해 아동의 욕구와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한 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보호모니터링의 경우 적절히 양육할 수 있는 상황인지를 장기간에 걸쳐 가정을 방문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이다.

◇‘사랑의 매’ 훈육의 탈을 쓴 학대

아동학대 행위 의심자의 경우 가정 내 일이기에 폐쇄적으로 응한다. 접촉하게 됐을지라도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훈육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기 일쑤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7년 12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사랑의 매’ 등으로 일컬어지는 체벌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76.8%가 ‘체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세부적으로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는 응답이 68.3%로 뒤이었다. 지난 1월 13일 친권자의 징계권을 담고 있는 민법 제915조를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실효 가능성은 극도로 낮다.
이동건 빛고을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본인들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로서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학대 행위자의 80%에 달하는 부모들이 ‘내가 하는 것은 훈육이지 결코 아동학대가 아니다’고 주장한다.
이 관장은 “아동학대 혐의로 가정법원에서 보호처분(상담교육 위탁) 결정을 받아 교육을 받는 행위자들 중 반성하는 이들은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피해 아동의 문제행동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두들겨 패지 않고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억울해하거나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등이 지나치게 아동 인권만 중요시해 우리 사회를 망치고 있다며 분개하기 일쑤”라며 안타까워했다.또 아이들 역시 본인이 잘못했기 때문에 맞았다고 진술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유를 불문하고 아이에게 신체적·정서적 위해를 가하는 것은 아동학대”라며 “훈육에 대한 개념과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시보호의 허점…분리는 강제, 관리는?

신고가 들어오면 반드시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협조적이지 않다. 각각 대면 상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의 하교 이후, 보호자의 생업 이후 등 약속시간을 정하기도 만만찮다. 아보전 역시 경찰과 동행해 조사를 나가야 하기 때문에 365일 24시간 대기 상태다. 날짜가 미뤄질수록 진술은 번복될 가능성이 크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가 특수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가해자이자 보호자이고, 아동은 피해자이자 보호받아야 할 피보호자다. 이러한 관계 때문에 매뉴얼과 지침이 있음에도 각 가정마다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아이가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했다고 해서 강제로 분리시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학대 내용을 얘기했을 때 부모가 처벌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또 가정에서 분리된 아동은 복귀프로그램 개입 없이 장기간 보호시설에 거주하게 된다. 이에 관계회복 기회까지 놓치게 되며 절차 또한 까다로워 부모로부터 양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할 가능성이 있다.
학대피해아동쉼터라고 해서 모두 여건이 좋은 것은 아니다. 1년 내내 정원이 가득 차 있다. 광주시의 경우 남녀 각 7명이 정원인 시설 1곳씩이 있을 뿐이다. 피해 아동들은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나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활해야 한다. 응급의 경우 정원이 초과됐더라도 입소는 가능하지만, 쉼터 종사자들의 업무가 가중돼 기존 입소 아동의 전원을 고려하거나 일시보호 후 친인척 보호 및 다른 보호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장애를 지닌 아이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장애인생활시설의 경우 성인만 입소가 가능하거나 정원문제로 더 이상 입소가 불가능한 상태라 타 지역까지 알아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자폐·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는 폭력성향이 두드러져 입소가 거부되기 일쑤다. 이에 따라 단기 보호시설 등을 전전하거나 본래 가정으로 복귀돼 다시 고통받는 사례가 많다.

◇코로나19 탓 학대아동 발견율 낮아

입양 후 학대로 사망한 정인양을 애도하고 부모의 처벌을 원하는 시민들의 화환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아동학대 주요통계 신고자 유형을 보면 신고 의무자 23% 중 15.4%가 초중고교 직원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학교 등교일 수가 줄고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다 보니 발견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아보전의 설명이다. 광주시의 경우 2020년 신고접수 건수가 예년에 비해 약 60%정도에 그쳤다. 신고의무자로 분류되는 교사직군과 신설직군(아이돌보미 등)에 노출되지 않았던 탓이다.
신고의무자의 신고가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익명신고가 지켜지지 않을뿐더러 낙인효과 탓에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관장은 “현재로서는 비신고의무자의 77% 중 32.3%로 1위를 차지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행정구역 내에 아동인구를 면밀히 살피는 수밖에 없다”며 “관할구역이 좁고 종사자 인력이 많을수록 아동학대 예방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단언했다.
실제 빛고을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된 2016년도 이후로는 신고 건수와 발견수가 더욱 늘어났다. 관찰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동보호 관련 예산 안정적 확보 필요

전국 아보전 상담원들의 평균 이직률은 28.5%로 높은 수준이다. 과중한 업무 탓에 근속연수가 짧다. 이에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심한 경우 유산을 하는 등 건강에 무리가 올 정도다. 업계를 아예 떠나는 경우도 있다.
이 관장은 “외줄타기 하는 심정”이라며 예민한 분야인 만큼 노련한 경험을 쌓은 상담원이 필요한데 끝나지 않는 업무와 스트레스로 1·2년차 상담원이 현장을 나가게 될 때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보호모니터링을 하던 아이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의 참담함은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다”며 “아동학대를 방지하고 피해 아동을 적극 보호하기 위해선 관련 인프라와 인력 확충, 적정한 예산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에 투입되는 아동보호 관련 예산은 285억여원으로 보건복지부 총예산인 82조5,269억원의 0.03% 수준이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 관련 자료에서도 아동학대범죄 피해자를 위한 기금조차도 책정되지 않고 있었다. 매년 심각한 아동학대범죄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경찰은 아동학대범죄 피해자를 위한 어떠한 예산확보에도 나서지 않았다. 화살을 마냥 보건복지부에만 돌릴 수는 없다. 아동학대 예방사업 주무부처는 복지부지만, 재원 대부분은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과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 등으로 마련하고 있어 안정적 예산확보가 그리 녹록지 않다. 아동학대 관련 유관기관간 이견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성 높여야

입양 후 학대로 사망한 정인양을 애도하고 부모의 처벌을 원하는 시민들의 화환
기관간 이견은 하루이틀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문제가 됐던 ‘정인이 사건’ 역시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져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아보전의 입장 중 하나다. 학대조사 단계에서 경찰은 형법에 근거해 뚜렷한 범죄피해 사실이 발견되지 않으면 아동학대로 수사하거나 처벌하지 않는다.
아보전 상담원들은 매뉴얼과 지침 외 가벼운 외상과 방임도 학대로 인식한다. 그러나 강제성이 주어지지 않기에 보호모니터링 조치가 전부다. 사실 현장 위험도 평가에서 1점 차이로 분리조치 되지 못했던 정인이 같은 경우 현장에 숙련되지 않은 상담사가 방문했을 가능성이 큰 데다 의사표시가 불가능해 부모·경찰 등의 개입 의존도가 높아 보인다.
이 관장은 ‘정인이 사건’ 이후 우후죽순 통과되는 개정법 등을 우려하며 “사법기관에서 형사적 사건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아동학대에 대한 건은 조금 더 민감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상담교육 이수 및 부모교육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며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이 관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아동들이 가정 내에서 지내는 경우가 급격히 증가해 가족구성원간 갈등상황이 이전보다 잦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고의무자는 물론 일반시민들의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 및 민감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고 당부했다.


/민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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