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미나리’의 인기가 관심을 끌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건너간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갈등과 역경을 이겨내고 미국 사회에 정착하는 스토리로 우리 모두에게 공감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는 농장일에 처음 도전하는 남편과 심장병이 있는 어린 아들을 위해서는 도시에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를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아내 사이의 갈등이 할머니의 존재로 인해 화해가 되는 가족 드라마다. 한국계 이민 2세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밑바탕이 되어 만들어졌다는 것도 흥미를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되고 있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 사회의 모습은 몇 가지 에피소드만으로 스치듯 지나가지만 이민자들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그려진다. 가족 간의 윤활유 역할을 하던 할머니 순자가 갑작스럽게 입원하게 되었을 때 아이들은 각각 친구네 집에서 자게 되는데 이때 미국인 친구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한국계 이민 2세가 만든 이민자를 다룬 영화의 성공을 기뻐하면서 그렇다면 우리 안의 이주 배경을 가진 이웃들은 지금 어떤 과정으로 뿌리내리기를 하고 있는지 둘러보게 된다.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한국-

행안부 ‘2019 출입국 외국인 정책통계’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체류 외국인 수는 252만명으로 총인구 대비 4.3%에 이른다. OECD는 총인구 중 외국인, 이민 2세, 귀화 등 ‘이주 배경 인구’가 5%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지만 우리나라는 다문화사회로 나아 가고 있는 중이다.

이주 배경 인구의 구성을 보면 지역산업을 떠받치는 근간이 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있고, 조선족·고려인으로 대별되는 귀환동포, 결혼이민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이주 배경을 가진 자녀들을 한국사회는 잘 성장시켜야 하는 것이다.

2019년의 전체 혼인 건수 21만3,497건 중 11.1%에 이르는 2만3,643건이 국제결혼이다. 이에 따라 이주 배경을 가진 학생의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전체 학생 수는 줄어드는 반면 이주 배경을 가진 학생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모의 출신국별로 살펴보면 베트남이 가장 많고, 다음이 중국·필리핀 순이다. 재혼한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도입국 청소년도 늘고 있다. 한국인이면서 모국적인 정체성을 갖는 것에 혼란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강점화해서 재능이 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인정과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IMF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주인구 유입이 1% 증가 시 국가의 1인당 GDP가 장기적으로 2% 상승한다고 되어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류 문화로의 일방적인 동화를 넘어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한국적인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미나리라는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듯이.

-다양성이 창조력의 원천-

영화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미나리는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내리는 채소로 어디에서든 잘 자라고, 가진 것 없는 사람도 차별 없이 먹을 수 있는 채소라며 할머니 순자는 손주에게 알려준다. 미나리 원더플하면서.

요즘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다양한 민족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화별로 비슷하게 사용되는 재료들은 더더욱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음식에서는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는 고수도 한국에서 지방에 따라 자주 사용되기도 한다.

이민 배경을 가진 감독이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미국 사회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미나리가 성공했듯이 우리 사회 안에서 이주 배경을 가지고 성장한 아이들이 한국은 물론 세계 무대에서 성공했다는 뉴스가 들려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