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 마을을 산책한다. 돌담장 매화 한 그루 그 자태가 아름답다. 매화 향 내음 따라 담장 너머 시골집 꽃밭을 구경한다. 햇살이 내리쬐는 담장 사이를 맴돌다 돌담장 사이사이에 개망초, 까치꽃, 지칭개, 방가지똥 들풀이 옹기종기 자리 잡은 것을 발견하였다.

햇살 아래 담장에 셋방살이하는 정겨운 풀꽃을 보면서 쓴 시다. ‘돌담 아래 너 반 나 반/ 자리 잡은 풀꽃 친구들/ 햇살 이불 덮으며/ 뉘 집 내 집 나누어 가진/ 돌담 아래 풀꽃 마을 /옹기종기 정겹다.’ 푸른 하늘 아래 소담스런 마을을 이룬 모습이 사랑스럽다.

돌담장에 터를 나누어 가진 풀꽃을 보면서 신도시 땅 투기로 많은 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 LH 직원들의 행동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공기업 직원들이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땅을 사고 투기를 하는 천태만상이 오늘만의 일이었을까 싶다. 그동안 쌓였던 흔적이 이제야 터진 것이다.

노력을 통해 얻어진 부라면 누구나 인정한다. 세상사 얼마나 많이 가져야 그 욕심이 채워질 것인지 부를 향한 인간 세상을 보면 햇살 아래 옹기종기 모여 사는 풀꽃이 자다가도 웃을 판이다. 하늘 아래 사는 생물도 나눔의 의미를 아는데 인간의 사리사욕은 언제나 끝이 날 것인가? LH 직원 땅 투기 사건으로 인한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국민 공분 산 LH 투기 사건-

최근 LH 땅 투기 사건의 답답한 상황을 훈훈한 이야기로 열어본다. ‘공유 냉장고를 아시나요?’에 대한 이야기다. 공유 냉장고란 이웃과 음식 나눔을 통해 음식물쓰레기 배출을 줄여 환경을 지키며, 음식물이 필요한 이웃과 정을 나누는 사랑 나눔 공유 프로젝트다. 공유 냉장고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또 공유 냉장고에는 타인에게 음식을 나누는 방법을 기록해 놓아 신뢰하고 나눌 수 있어 공유 프로젝트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공유 냉장고는 독일에서 시작되어 환경운동으로 정착해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공유 냉장고는 양이 많은 음식을 버리는 게 아니라 냉장고에 보관해 다른 이웃과 공유하는 푸드셰어링 활동이다. 공유 냉장고는 나누는 만큼 커지는 것이 이웃의 정이며 환경운동이다.

공유의 삶은 다양하다. 삼국시대부터 우리는 공유의 삶을 실천하고 살았다. 대표적인 것이 품앗이와 두레다. 품앗이는 마을 공동체에서 힘든 일을 거들어 주면서 서로 간에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이며, 두레는 마을 전체가 농사일을 공동체와 함께 하였다. 농경문화에서는 음식의 나눔을 넘어 바쁜 농번기에 노동도 공유하면서 이웃과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 나갔다.

구례 운조루는 공유의 삶을 실천한 대표적인 예다. 운조루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고 사자성어가 새겨진 뒤주가 있다. ‘누구나 뒤주를 열 수 있다’는 뜻이다. 조선시대 운조루를 지은 유이주는 쌀 두 가마니가 들어가는 뒤주를 사랑채 옆 부엌에 놓아두고 끼니가 없는 마을 사람들이 쌀을 가져가 굶주림을 면할 수 있게 했다. 타인능해의 뒤주에 쌀 두 가마니를 넣고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주인의 눈치를 보고 자존심을 상하지 않도록 하는 의도다. 또한 운조루 집 뒤 안에 있는 굴뚝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지 않도록 낮게 만들었다. 춘곤기 때 쌀이 떨어진 집은 남의 집 굴뚝에 연기가 올라가는 것만 봐도 배가 고프다. 굴뚝이 낮은 것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인장은 집을 지을 때부터 타인을 배려하였던 것이다.

-‘타인능해’ 나눔 정신 배우자-

공유 냉장고 푸드셰어링이 독일에서 시작되어 유럽을 넘어 우리나라에 상륙되었지만, 조선시대부터 타인의 마음까지 헤아리며 배려한 공유의 삶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선조들의 삶이다. 광주에 타인능해 정신을 이어받은 공유 스토리가 있다. 광주시 동구 산수동 푸른길공원 안 정자에 ‘타인능해’라는 간식함이 설치되어 있다. 동구에서 실천하는 타인능해는 구례 운조루의 아름다운 나눔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다. 동구는 어르신들이 많은 살고 있는 곳이다. 푸른길공원에 ‘어르신들의 행복한 황혼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나눔이 실천되고 있는 것이다.

공유의 삶은 징검다리처럼 이어져야 한다. 자신의 사리사욕보다는 타인과 공유하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는 삶은 빛이 날 것으로 본다. 너 반, 나 반 공유하면서 나눔을 배우고 실천하는 공유의 삶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햇살 이불을 덮고 푸른 하늘 커튼을 치고 살아가는 인간 세상, 아름다운 바람 향기를 머금고 살아가려면 작은 풀꽃을 보는 눈을 가졌으면 한다. 그 마음과 눈길이 다한다면 공유의 삶은 후대에 배움과 실천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