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지도부가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 사퇴했다. 선거에서 진 정당의 오래된 공식이며 당연한 처사다. 당헌 개정을 통한 후보 공천, 네거티브 전술, 큰 지지율 격차, 형세 오판 등 책임질 사안으로만 보면 사퇴로도 부족하다. 하지만 이들을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오래 끄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는 민심 이반의 원인을 정확히 짚고 제대로 혁신을 하느냐다. 선거에 참패한 정당의 지도부가 사퇴한다고 감동받을 국민은 없다. 뼈를 깎는 쇄신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떠나간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몇몇 얼굴만 바꾸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86세대를 통째로 바꿀 각오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정치의 복원도 미뤄둘 수 없는 과제다. 의석수를 앞세운 돌파형 개혁은 '오만한 집권당' 이미지를 강화하며 대결 정치를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

21대 국회 전반기에 합의하지 못했던 야당 몫 상임위원장직을 다시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다. 청와대 역시 민심 이반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정 운영 방향도 근본부터 살펴야 한다. 이제라도 만기친람식 국정 관여는 절제하고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정 역량을 총동원해도 모자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대통령과 내각의 응집력을 높이고 대통령의 국정 메시지 정치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국민적 저항이나 논란이 있는 정책에 대해선 속도조절을 하거나 경우에 따라선 과감히 포기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국내 정치는 여당에 자율성과 주도권을 주면서 청와대는 코로나 대응, 집값 안정, 경제 회복 등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