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다가올 100년이 될 때의 모습을 준비하면서 당당하고 자유로운 전남대인을 양성하겠습니다.”

올해 초 취임한 정성택 전남대학교 제21대 총장(59·의학박사)은 “취임 전후 전남대 구성원들의 소망과 기대의 목소리를 적은 노트가 12권”이라며 “전남대의 위상 제고와 명예를 빛내달라는 당부와 과제들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인류가 만들어낸 걸작의 하나로 ‘대학’을 꼽은 정 총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한 치 앞도 예견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었고, 새로운 질서가 요구되는 뉴노멀의 시대를 맞았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지성의 전당인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사회가 하나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이 보유한 인재와 기술, 자원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면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는 정 총장으로부터 전남대의 비전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총장 취임 후 각오는.

▲취임 첫날 학교 민주길을 걸어서 출근할 때 느꼈던 가장 큰 가치는 ‘민주·인권·정의’였다. 코로나를 이기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 들어섰는데, 40년 전 신입생일 때 마스크를 써야 했던 그 길이었다. 현재의 마스크도 의미는 같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방역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존재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시간들이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마스크인 듯하다. 이 시대에 대학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이 정문을 통해 걸어 들어올 학생들이 미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대학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만난 전남대 구성원들로부터 특별히 부탁받은 사항이 있다면.

▲총장 선거를 준비하면서 교수와 조교, 직원 선생님들을 수없이 만났고 그들이 가진 소망과 기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했다. 그리고 그것을 빼놓지 않고 하나하나 노트에 빼곡하게 담았다. 저 자신과의 약속도 함께 새겼다. 그것을 모으다 보니, 마치 이순신 장군의 ‘12척의 배’와 같이 저를 든든하게 뒷받침해 주고, 전남대의 미래를 그려낼 12권의 특별한 노트가 생겼다. 지역현안에 대해, 또 전남대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에 대한 우려와 대책, 그리고 전남대의 위상 제고와 명예를 더욱 빛내달라는 당부의 말씀들이었다. 많은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지역과 국가의 많은 응원과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취임 첫 다짐이 ‘당당하고 자유로운 전남대인 양성’이었는데 어떤 의미인가.

▲인류가 만들어낸 걸작으로 흔히 ‘민주주의’와 ‘대학’을 꼽는다. 우리 대학은 69년 전 전쟁의 포연 속에서 탄생했다. 미래가 굉장히 불확실한 혼돈의 시대, 전쟁의 격랑 속에서도 광주·전남 지역민들이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의지로 세운 대학이다. 현재는 인문·예술·체육·사회에서부터 치·의학과 이·공학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학문분야를 갖춘 거점 국립대학으로 성장했다. 우리 학생들이 이처럼 자랑스러운 역사와 풍부한 학문적 토양 위에서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 경계를 넘나들며 사고하는 융·복합형 인재, 새로운 가치관과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인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또한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공공의 선(善)을 추구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공동체 정신을 지켜가는 따뜻한 사람, 그래서 영혼이 맑고 자유로운 전남대인이 됐으면 하는 차원에서 ‘당당하고 자유로운 전남대인’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당당하고 자유로운 전남대인 양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추진하고 싶은 역점 정책은.

▲대학의 주요기능은 교육과 연구를 통한 미래세대 양성과 시대 가치의 창출이다. 전남대는 내년에 개교 70주년을 맞는다. 지나온 세월에 더해 앞으로 다가올 100주년이 될 때의 모습을 준비하면서 ‘당당하고 자유로운 전남대인’을 양성해 나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전남대 미래 100년의 꿈과 이상을 담은 ‘청사진’을 그려낼 것이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미래전략정책실’을 중심으로 섬세하고 세밀한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대비한 대학의 학사 개편이 필수가 됐다. 교무처, 기초교육원 그리고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여러 사업단과 각 부서 간의 협업을 통해 ‘교육혁신 플랫폼’을 마련할 것이다. 이를 전남할 교육혁신본부도 개설하고자 한다. 전남대는 전국 400여개 대학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으로서는 유일하게 연구비 수주 10위 안에 드는 대학이다. 연구 아이템의 착상에서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연구의 전 주기를 두텁게 지원해 연구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그러면서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독보적인 지위를 공고히 다져 나가고자 한다.



-앞으로 100년의 역사를 준비하는 거점국립대로서 비전과 사명은.

▲전남대, 서울대를 포함해 전국에 10개의 거점국립대가 있다. 거점국립대는 일반 대학과 달리 각 권역에서 중심대학으로서의 역할 모델이 돼야 하는 동시에 국가균형발전의 한 축을 맡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거점국립대는 형평성 있고 포용력 있는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전남대는 어린이집에서부터 초-중-고-대학과 대학원은 물론 평생교육원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주기 교육’이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교육받을 권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앞으로 이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 동시에 거점국립대는 한 국가의 지적 수준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다양한 학문 생태계를 유지·발전시켜 나가는데 앞장서야 한다. 전남대는 110개의 전공분야를 갖추고 끊임없는 진리 탐구와 과학기술의 진보를 추구해 왔다. 융·복합 학문의 지속적인 개발에 더 정진할 것이다.

-지방 대학이 위기다.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등 많은 문제가 산적해있다. 전남대도 예외일수는 없을 것 같다. 전남대의 차별화된 대안이 있다면.

▲우리 대학도 올해 무려 140명의 신입생이 미달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다른 거점국립대학들도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해 당혹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는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경쟁의 진입장벽을 허무는데 앞장서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는 학습자가 필요로 하는 학문을 제공하는 것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대학이 입지 여건이나, 과거의 유명세에 기댈 것이 아니라, 학습자들이 진정으로 배우고 싶고, 정말로 공부해보고 싶은 학문을 발굴해 제공하는 것으로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갈 것이다. 또 다른 대책은, 공동학위제를 추진하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의 대학들과 온라인 ‘복수 학위’나 ‘공동학위 과정’을 개설해서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자 한다.



-코로나 19로 인한 혼란 속에서 교육 안정화를 위한 대책도 궁금하다.

▲전남대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안전한 교육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학사운영’이 가능하도록 대비해 나가고 있다. 어차피 혁신하려던 내용들이 조금 빨리 시작된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학문 특성을 고려해 수업은 실시간 화상강의, 사전 녹화된 동영상 강의, 소수 대면 강의 등을 혼합 운영하도록 했다. 또 질의응답과 토론 등 교수-학습 상호작용을 유도해 원격수업의 약점을 보완하도록 했다. 학습공간을 초월한 문제해결 중심의 수업, 먼저 공부한 뒤 배우며 토론하는 수업 등 선진 교육기법의 도입도 확대하고 있다. 수업의 질을 계속 개선해 나가기 위해, 수업평가 기회를 2회로 늘려서 학생들의 의견이 수업 진행과정에서 곧바로 반영되도록 했다. 제작된 지 3년이 넘은 콘텐츠는 원격수업운영위원회의 평가를 받도록 하는 등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하도록 했다.



-지역사회와 젊은이들에게 주고 싶은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면 밝혀달라.

▲기존의 가치와 규범이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요구되는 뉴-노멀의 시대, 바야흐로 대전환의 시대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사회가 하나가 돼 다가올 미래시대를 예견하고, 이에 필요한 지식을 사전에 쌓아가야 한다. 특히 미래를 책임질 우리 지역의 청년학생들을 창의력을 갖춘 고급인재로 길러내 단단히 대비해 나가야 한다. 전남대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국난극복에 앞장 서 왔다. 보편의 인류가치인 민주, 인권, 정의, 그리고 자유와 평화를 지켜왔다. 수많은 고난과 핍박이 뒤따랐지만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우리는 대학이 보유한 우수한 인재와 뛰어난 과학기술, 풍부한 인프라 등 많은 자원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 특히 위기의 지역청년을 응원하겠다. 남의 대학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아이콘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는 전남대가 ‘당당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

/최진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