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에서 매년 산업재해 사고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광주·전남 산업현장에서 산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가 12명에 이른것으로 나타났으며 사고 대부분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12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제공하는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광주와 전남·북 등에서 지난 2년동안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1만 8,893명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9,307명(사망 166명), 2020년 9,586명(사망 179명)이다.

실제로 지난 지난 4일 동구 계림동 한옥 리모델링 공사장 건물 붕괴로 노동자 2명이 매몰돼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으며 지난 3월 8일과 17일 광주 진곡산단 에어컨 부품 제조공장에서 60대 근로자가 기계 끼임으로 숨졌고, 광산구 연산동 건물 신축 공사현장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50대 노동자를 덮쳐 사망했다.

앞서 지난 2월 9일에는 나주의 한 교회 신축공사 현장에서 지붕 십자가 조형물 설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9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같은달 23일에는 광주 남구 신축 건물 공사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3미터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이와 같은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산업재해 예방과 안전에 소요되는 비용이 사업주의 이윤 감소 또는 손해라는 인식이 꼽히고 있다.

이철갑 조선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산재 원인은 복합적이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안전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 이윤을 창출하려는 사업주의 의식이 문제”라며 “공사비에 안전비가 포함돼 있지만 이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업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전 비용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후진국형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정부와 국회는 재해를 근절하기 위해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제정했지만 해당 법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은 50명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면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5명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고, 50명 미만 사업장은 적용이 3년 유예됐다.

지역 노동계는 5명 미만 사업장의 법 적용 제외와 50명 미만 사업장의 법 적용 3년 유예를 내용으로 하는 현행 중대재해법의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산재 사망사고가 50명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관계자는 “산재는 예방이 최우선으로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각 사업장마다 안전 교육이나 투자를 확대해 재해를 근원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이어 “현행법으로는 중대재해를 방지할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는 더 늦기 전에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해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선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