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매력은 살아온 이야기의 판을 고쳐 쓸 수 있다는 점. 정신분석은 인생의 판을 바꾸도록 돕는 기술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바꾸고 싶어 한다. 과거를 후회하고 닥쳐올 미래는 불안해한다. ‘과거를 바꿀 순 없더라도 과거의 판은 바꿀 수 있다면?’ 신작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의 저자 정도언이 질문한다.

마음공부 필독서로써 한결같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책 ‘프로이트의 의자’는 출간된 2009년 이후 지금까지 15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대표 심리서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책의 저자인 정신분석가 정도언은 10여 년만의 신작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을 출간했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의식의 영역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일상에서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의식의 영역이 표면 위로 드러난 아주 작은 빙산의 일각과도 같다면, 무의식의 영역은 표면으로부터 아주 깊은 곳에 있어 자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느낄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이 무의식이 가진 에너지는 소리 없이 우리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의 전작 ‘프로이트의 의자’가 정신 분석학 개념을 에세이 형식으로 쉽게 풀어냈다면 이번 신간은 개념과 지식 전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느끼고 경험하는 다양한 무의식에 관해 예시를 들어 공감을 끌어낸다.

저자는 무의식의 힘이 인생의 판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순 없어도 과거를 읽는 관점을 새롭게 바꿀 수 있음에 주목한다. 개인사적 진실을 수정할 순 없지만, 서술적 진실로 다르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판을 바꾼다는 것에 있어 시작은 세상을 보는 관점을 달리하고 대상과 나의 마음을 기존과 다르게 재해석하려는 노력이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정신분석 주제는 ▲상실감 ▲환상 ▲자기애 ▲정체성 ▲초자아 ▲열등감 ▲공격성 ▲고독감 총 8가지다. 저자는 이것을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여덟 가지 행복 관리의 기술’이라고 명명한다.

우리가 숨기고 싶어 침묵하고 외면하는 무의식이 오히려 우리를 바꿀 수 있는 역설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흥미롭다. 저자는 현대인을 괴롭게 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무의식의 영역을 제대로 파악하고 바르게 읽어낼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해할 수 없는 나와 타자와의 관계, 그 속에 숨겨진 무의식의 함정에서 허우적대는 이들에게 필요한 영리한 해답이 이 책에 있다.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은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목마른 모든 이들의 마음속 얽힌 문제를 들여다보고, 각자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도록 대화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이 책과 함께 빙산 아래 깊숙이 자리한 무의식의 세계를 한 번쯤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