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지역
문화
스포츠
기획
특집
오피니언
사람들
전매광장
화요세평
열린세상
데스크칼럼
사설
에세이

누구를 위한 공공미술인가
이연수(문체부장)

2021. 04.27. 14:43:33

300여개의 언어로 ‘사랑해’라는 단어를 가득 적은 파리 몽마르뜨르의 ‘사랑해 벽’은 파리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사랑해’라는 메시지로 잇는 공공미술 작품이다. 프레데릭 바롱에 의해 만들어진 이 작품의 제작 기간은 자그마치 8년. 푸른 타일벽에 제작된 300여 개의 언어 중 한국어는 총 세 군데 있는데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랑해 벽’은 파리의 유명 관광 명소 중 하나가 됐다.

-상호교감 속 공감대 필수

공공미술 사업이 국내에서 한창이다. 특별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는 코로나19로 위축된 예술인의 생계지원형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특색에 맞는 공공미술을 구현하고자 ‘공공미술 프로젝트-우리동네 미술’이 시행됐다.

현재도 진행중인 이 사업은 전국의 예술인들과 협업해 공공미술 작품을 만들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의 시급성을 고려해 올 2월 사업 완료가 목표였다. 9~12월 사업 시행, 1~2월 정산 및 정리의 일정으로 추진됐으니 일정상으로는 상당히 빠듯했다.

어쨌든 전국 228개 지자체에서 일제히 실시된 만큼 ‘공공미술’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일반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각인이 된 듯 싶다. 특히 이 사업이 주목을 받은 것은 문체부(759억 원)와 지자체(179억 원)를 합쳐 950여 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그 많은 돈을 들여 값비싼 애물단지나 흉물을 양산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턱없이 짧은 기간에 행정과 예술인과 주민이 소통하고 협업해 완성물을 내놓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 예술창작에 대한 이해와 존중 없이 직접적인 노동 행위만 지원하는 혈세사업이라는 지적 등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산은 내려왔고, 집행을 위해 지자체는 사업을 기간 내 수행해야 했다.

사실 가이드라인인 사업당 37명이나 되는 작가팀 구성부터 문제였다. 예술가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고용 수치를 높이기 위한 숫자일 수 있으나 참여할 만한 작가가 없는 일부 지역에서는 시·도 경계를 넘어 이름이라도 올려줄 타 지역 작가 찾기에 애를 먹었다.

기획자는 더더욱 없었다. 급하게 기획자로 뛰어든 작가, 또는 사업자들이 기획과 논의에만 몇 달을 보냈고, 날씨는 본격적으로 추워졌으며, 일정은 촉박해져만 갔다. 사업 운영과 재료비, 인건비 등을 놓고 마찰도 빚었다.

모든 팀이 그런 것은 아니다. 인천 연수구의 어촌계 기록 프로젝트나 세종시의 조각공원 조성, 담양, 무안 등 지역 환경에 활기를 불어넣은 사례 등은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아직 조성 단계지만 광주 동구 동명동 근대가옥의 복합문화공간 단장도 독특한 사례로 기대가 되는 사업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공미술은 이미 차고 넘치는 벽화나 조형물, 창작품 전시로 되풀이됐고, 소재의 빈곤과 감흥없는 작품 나열은 그들만의 아우성이 되었다. 공공미술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고,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무지도 보였다. 최근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는 외국 유명 작가의 작품을 유사하게 카피해 그려낸 벽화로 논란이 일었다. ‘공공성이 결여된’ 주어가 빠진 사업들. 준비 단계부터 엉터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두를 위한 미술’ 돼야

공공미술의 키포인트는 상호교감 속 공감대를 형성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공공미술은 ‘모두를 위한 미술’이 되어야 한다. 소통과 협업 없는 일방적 제작 설치물은 퇴행적 환경미술을 양산할 뿐이다. 공공미술에 참여한 작가와 주민들은 공공미술이 일회성이 되어선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지속성을 가지려면 네트워크와 소통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지역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주민들의 수요 등 오랜 시간을 고민해 만들어 낸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관점과 아이템을 바꿀 수 있도록 우리나라 공공미술의 현주소를 점검해 볼 필요성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지난해 외국에서는 예술적 생태계 유지를 위해 취소된 행사 비용을 일부 지원하거나 예술가를 위한 실업 급여 등의 형태로 예술기관과 예술가 지원에 집중했다. 우리도 국립현대미술관의 20년치 소장품 구입 예산과 맞먹는 이 정도의 예산이 예술기금 조성이나 현실적인 창작준비금 지원, 작가 작품 구입 등에 쓰였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을 가져본다. 적어도 ‘무늬만 예술가’들에게 지원금이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계기로 국내 공공미술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개념정립부터 다시 해야 한다. 앞으로의 공공미술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몇 푼 벌려고 뛰어든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고 했던 어느 예술가의 한숨을 아프게 새겨본다.

정치

사람들

경제

사회

기사 목록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