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김종찬 기자] 5·18민주화운동의 숨결이 스며있는 5·18 사적지가 온갖 쓰레기에 파묻히고 낙서로 얼룩진 채 방치돼 있다.

특히 일부 사적지는 불법 현수막 걸이로 이용되고 있거나, 주소가 잘못 나온 곳도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998년부터 2017년까지 5·18 사적지를 지정, 총 29개소를 관리하고 있다. 시는 1998년 1월 12일에 제1호 사적지인 전남대학교 정문부터 제24호 사적지인 5·18구묘지까지 지정했으며, 제25호 사적지인 남동성당부터 제29호 사적지인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까지는 2005년 4월 16일부터 순차적으로 지정했다.

시는 그동안 방치된 채 시민들의 방문이 허락되지 않았던 옛 광주교도소와 505보안부대 터를 각각 민주·인권 기념파크와 5·18 역사공원으로 조성 중이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사적지의 경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실제 시민군과 계엄군의 격전지인 구 시외버스공용터미널 일대의 경우 사적비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 주변은 담배꽁초와 쓰레기 더미로 가득했다.

또 제18호 사적지인 옛 무등경기장 정문 상징물 기둥에는 오래 전 설치된 것으로 보이는 ‘야구마을 스탬프투어’함과 도장 자국이 찍혀있었고, 그 옆에는 비속어 등이 적힌 낙서들로 가득했다. 무등경기장 정문 맞은 편에 설치된 사적비는 온갖 쓰레기와 오물들이 뒤섞인 채 방치돼 있었다.

제13호 사적지인 배고픈다리 일대와 제29호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도 마찬가지다. 배고픈다리에서는 사적비가 불법 현수막을 걸기 위해 끈을 묶어두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고,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 인근도 수풀이 우거져 알아보기가 힘들다.

제11호 사적지인 옛 광주적십자병원 사적비에는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도록 제작된 QR코드가 부착돼 있지만 심한 훼손으로 인식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주소가 잘못 표기된 사적지도 있었다. 제17호 사적지인 상무대 옛터의 경우 ‘서구 치평동 1200’으로 세부 위치가 안내돼 있지만 이곳은 현 시청 주소다. 실제 주소인 ‘서구 치평동 1161-6’과는 3㎞ 거리를 두고 있다.

시민 김 모씨(33)는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고 당시를 기억하고자 만든 사적지 관리가 허술하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매년 5월에만 반짝하는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매년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사유지의 경우 관리를 강제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면서 “5·18 사적지는 광주의 것이 아닌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곳인 만큼 시민들도 쓰레기 투기 등을 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