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임채민 수습기자] 광주 도심 곳곳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의 위생 상태가 불량해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허술한 자판기 관리 규정으로 인해 상당수 자판기의 위생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만큼 적극적인 관리·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오전 광주 남구 월산동 마트 옆 설치된 자판기를 살펴보니 위생 상태가 엉망인 채로 방치돼 있었다.

배출구는 액체가 흘러 파리들이 득실거렸고 주변은 쓰레기통과 먹다 버린 음료수캔·종이컵들이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실제 자판기를 사용해 음료를 뽑아보니 커피 안에는 초파리가 떠 있어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위생상태가 불량했다.

이날 서구 상무지구 시민공원 매점 앞에 설치된 자판기도 상황은 마찬가지 였다.

자판기를 사용하러 온 시민들은 배출구 안에 각종 벌레와 커피 찌꺼기가 굳어있는 것을 보고 얼굴을 찌푸린 채 돌아가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여기에다 위생 점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점검날짜와 점검 결과를 표시하는 점검일지는 보이지 않았고, 대형 공원과 공공장소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설치된 자판기일수록 청소 상태는 물론 청결상태가 미흡했다.

특히 시민들이 자주 사용하는 자판기 버튼에는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는 항균 필름, 소독제 등도 전혀 없어 방역 사각지대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민공원 이용자 박 모씨(26)는 “식당도 위생관리 점검을 하는 것처럼 자판기 역시 음식료에 해당하기 때문에 관할 지자체에서 관리 좀 제대로 했으면 한다”며 “코로나19 각종 감염 경로를 생각하면 자판기 소독과 위생관리에도 신경 써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같이 자판기 위생관리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만, 광주시는 점검대상에 비해 감독 인원이 적어 제대로 된 단속이 힘든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음식점, 집단급식소 위생점검 등 업무가 급격히 늘어 한정된 인원으로 관내의 모든 자판기를 점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식품자동판매기는 1,068개(동구 107개, 서구 274개, 남구 138개, 북구 314개, 광산구 235개)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703개 자판기 단속이 이뤄졌고, 시설물이 없어진 16개에 대해서는 영업신고 취소 처분만 내려졌다.

올 1분기에는 2개의 영업신고 취소 처분을 내렸다.

자판기 위생상태 점검은 식약처 식품 안전관리 지침에 따라 매년 한 번 정기점검과 민원 등의 사유로 수시 점검을 해야 한다.

현재 광주시에서 자판기 식품 안전을 담당하는 12명 공무원의 인원으로 수천 개에 달하는 자판기를 전담해 관리·감독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인력 증원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위생상태가 불량한 자판기 이용으로 시민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데다 관리·감독 인원이 현저히 적은 탓에 형식적인 단속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관련 방역수칙 단속 때문에 자판기 관리 단속은 어려운 상황이다”며 “적은 인원이지만 최대한 현장에 나가 위생점검과 유통식품 안전에 힘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채민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