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 전남취재본부=백종두 기자]한국전력공사가 고흥군과 보성군 사이에 설치하는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두고 보성군과 주민들이 한목소리로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육·해상 시위를 비롯한 강경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파고가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보성군은 지난 11일 군청 재난상황실에서 ‘고흥~보성 간 송전선로 및 변전소 설치 특별대응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전 사업 강행에 따른 지역 문화재 훼손, 현안 사업 피해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고흥에서 보성으로 이어지는 송전선로에는 보성군이 2005년부터 추진해온 명산 가꾸기 사업지 중 하나인 오봉산 가꾸기 현장이 포함돼 있다. 보성군은 세계 최대 구들장 채취 현장인 오봉산을 국가문화재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천연기념물 제418호로 지정된 비봉공룡화석산지, 개흥사지 등 전남도 지정 문화재 4곳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기수갈고둥 서식지 등 문화자원이 많아 송전선로가 설치될 경우 막대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민들은 ‘득량만 해저 고압송전선로 반대대책위원회’를 최근 결성하고 16일 해상 시위를 전개할 예정이다. 어선 30여 척이 해상 퍼레이드를 하며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득량만 해저 고압송전선 설치’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전달할 방침이다. 오는 25일에는 겸백면민회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주민들은 한전의 해저케이블 등 송전선로 사업으로 득량만 해역에 추진 중인 어장재생 및 수산자원 회복사업에 대한 그동안의 노력이 무산될 상황이며 득량만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비봉마리나, 비봉공룡공원, 공룡알 화석지 등 풍부한 관광자원 훼손 우려와 2023년까지 힐링을 테마로 추진 중인 청암항 어촌뉴딜300 사업 차질 등 많은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수백 년 동안 이어온 어민의 삶의 터전인 득량만이 해저층의 교란과 부유물질의 확산, 퇴적물의 오염물질 확산, 전자기장 방출, 인위적인 소음 및 진동 등으로 생존권 침해까지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보성군 관계자는 “보성군은 끝까지 군민과 함께 할 것이고 군민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사업에 대해 특별 대응하겠다”며 “한전의 송·변전소 설치 강행은 지역민을 위협하는 퇴행적 추진 방식이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정철수 반대위 공동위원장은 “농어촌 지역 주민의 건강과 어업인 전체의 생존권을 담보로 추진하는 송전선로 설치는 부당하므로 전면 백지화돼야 한다”며 “득량만의 아름다운 경관과 청정해역을 끝까지 사수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전력공사는 고흥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보내기 위해 보성군의 겸백, 득량, 회천면을 관통하는 24km 송전선로와 변전소 1개를 포함하는 154kV급 보성-고흥간 송전선로 설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