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력이 중요하다. 선언에서 그치면 안 된다. 광주·대구시가 46억 아시아인들의 대축제인 ‘2038년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를 지난달 26일 선언했다. 선언문에는 양 지역의 결기(結己)와 400만 시민의 염원이 담겨 있다. 가야 할 길이 멀다. 유치 성공을 위한 치밀한 전략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

광주와 대구는 2002년 월드컵대회, 2003·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9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대규모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스포츠 도시다. 공동유치에 성공한다면 축적된 두 도시의 스포츠 기반시설과 메가스포츠 이벤트 운영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 어느 대회보다 저비용·고효율의 탄소중립 국제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

-동서화합 역사의 책무

2038아시안게임 광주·대구 공동유치 선언의 의미는 무엇일까?

역사는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1960년 2월 28일 일어난 대구 민주화운동은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독재와 불의에 항거해 대구지역 고등학생들이 주도해 일어난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이다. ‘백만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해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고 외쳤던 당시 고등학생들의 함성은 대전으로, 마산으로, 서울로 퍼져 나갔다. 2·28민주화운동은 오랫동안 올바른 역사적 평가를 받지 못하다가 2018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온 국민이 기려야 할 자랑스러운 역사로 인정받게 된다.

광주 5·18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이 중심이 돼 신군부 세력의 퇴진 및 계엄령 철폐 등을 요구하며 전개한 민중항쟁이다. 광주시민은 신군부 세력이 집권 시나리오에 따라 실행한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 조치로 인해 발생한 헌정파괴·민주화 역행에 항거했으며, 신군부는 공수부대를 투입해 이를 폭력적으로 진압해 많은 시민들이 희생됐다. 이후 1995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희생자에 대한 보상 및 묘역 성역화가 이뤄졌고, 1997년 5·18민주화운동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했으며, 올해 41주년을 맞았다.

광주·대구는 한국 민주주의의 희생과 투쟁 속에서 성장한 도시다. 동서화합은 역사의 책무다. 과거를 일어난 일이 아니라 무언가가 일어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역사를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정치적 이념에 희생당한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두 도시는 역사의 증거다.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선언은 스포츠를 통한 동서화합이 과거의 아픔을 넘어 한민족의 ‘함축된 기억’으로 간직될 수 있는 출발이 돼야 한다. 기억한다는 것은 나은 미래를 꿈꾼다는 것이다.

-‘별의 순간’ 만들자

‘별의 순간’. 독일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에 나온 이 말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운명적 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면 꿈을 실현할 수 있고, 잡지 못하면 헛되이 지나가버린다’는 의미다. 아시안게임 개최지는 빠르면 오는 2024년 결정된다. 유치에 성공할 경우 국내에서는 서울(1986)·부산(2002)·인천(2014)에 이어 네 번째가 된다.

2038아시안게임 공동유치는 동서화합을 넘어 인적·물적 교류를 통한 스포츠 관광과 경제활성화,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상승효과다. 특히 두 지역을 연결하는 달빛내륙철도 건설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위해 필수적인 인프라 사업이다. 이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영호남 상생협력 대표 공약사항이며 국가균형발전에 꼭 필요하지만,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안에 빠져 있어 아쉬움이 크다.

세계 메가스포츠대회 유치는 한판 승부가 아니다. 공동유치추진단의 역사적 소명의식과 책임감이 중요하다. 반드시 유치에 성공해서 공동개최의 세계적 모범사례를 만들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합과 화합의 대회로 만들어야 한다. 화려한 선언은 끝났다. 이젠 행동의 시간이다.

/김석환 광주스포츠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