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발생한 지도 벌써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는 정부와 의료진, 그리고 많은 국민들의 노력과 희생 덕택에 코로나에 굴복하지 않고 잘 버텨왔지만, 코로나가 우리 경제에 남긴 상처는 결코 작지 않았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국민계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0.9% 감소해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한 나라의 GDP 규모는 외부로부터의 큰 충격이 있지 않는 한,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장 속도가 빨라지거나 혹은 느려질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국가 경제의 성장률 자체는 플러스라는 의미다. 이는 주요국 사례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7~2019년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OECD 38개 회원국 중 GDP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9년 호주와 멕시코에서 각각 한 차례씩 기록했을 뿐 나머지 국가의 GDP 성장률은 모두 플러스였다. 그만큼 GDP가 마이너스 성장한다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며, 다른 한편으론 코로나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었는지 짐작케 한다.

-코로나19로 가계지출 위축

그렇다면 마이너스 성장의 주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이는 소비, 그중에서도 가계나 비영리단체와 같은 민간부문에서 소비지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민간소비는 2019년 대비 5.0% 감소해 투자나 수출 등 GDP의 다른 부문에 비해 부진 정도가 상대적으로 컸다. 주지하는 것처럼 코로나의 높은 감염력 때문에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여행이나 숙박, 오프라인을 통한 소비지출 등이 크게 위축된 탓일 것이다.

경기상황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필자는 소비지표를 유심히 들여다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는 소비가 투자나 수출·수입 등 다른 경제활동에 비해 규모가 커서 전체 경기 흐름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60%대 중반에 이른다. 소비에는 국방이나 행정·교육 부문 등에서 정부가 국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출한 금액도 포함돼 있는데 이 부분을 제외한 순수 ‘민간소비’만 보더라도 GDP의 절반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역사적으로 소비가 크게 출렁일 때마다 그 여파가 고스란히 GDP에 전달되곤 했다. 지난 2000년대만 보더라도 신용카드 사태나 금융위기와 같은 충격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자 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심지어는 마이너스로까지 이어졌다.

또한 소비는 경제성장을 가능케 하는 순환구조의 한 축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변수다. 가계가 소비를 늘리면 기업들은 더 많은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고자 노동자 임금을 높이거나 고용을 늘린다. 더 많은 일자리와 높은 소득을 얻게 된 가계는 소비를 더 늘리려 할 것이며,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국가 경제가 성장해 간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시기에는 이러한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경제 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가계는 대부분 소비를 줄이거나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지출을 미루려 했다. 특히 서비스 소비가 위축되면서 자영업 업황이 크게 나빠졌고, 이와 관련된 고용도 줄어들며 가계소득이 쪼그라들게 됐다. 소비와 고용, 그리고 소득간 연계 고리가 약해져 성장이 후퇴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 소비와 관련된 일부 긍정적인 시그널이 통계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기상황에 따른 가계의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당 지수가 상승한다는 것은 경기를 낙관하는 가계가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금년 들어 광주·전남지역의 소비자심리지수가 5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장기 평균 수준을 상회했으며, 코로나 충격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1월 수준과도 비슷해졌다. 여기에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실적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어 가계의 낙관적인 경기인식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비패턴에도 일부 변화가 있었는데 가구나 가전제품과 같은 내구재의 판매실적이 좋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의류나 신발·화장품 등 외부활동과 관련된 품목의 실적이 개선되기도 했다.

-여행·소비 진작책 추진되길

국내 주요 기관들에 따르면 올 하반기 민간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4.0%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반기 중 민간소비가 1% 내외 증가에 그칠 전망임을 감안하면 회복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우리 정부는 방역에 신뢰가 형성된 국가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여행안전권역(travel bubble)’을 추진하고, 방역상황이 안정될 경우 미뤄왔던 소비 쿠폰이나 바우처 발행과 같은 소비 진작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백신 접종률이 좀 더 높아져야 하는 등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러한 일들이 조만간 실현될 수 있기를 조심스레 기원해 본다.

/장은종 한은 광주전남본부 기획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