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광장> 당신의 프레임은?

대유민 전남청소년성문화센터장


칠월 마지막 날, 가슴을 졸인체 티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전이 열리기 때문이다. 금메달 일곱 개의 목표 때문이 아니라, 출전하는 이 선수에 대한 구설수를 금메달 하나로 싹 다 쓸어버리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간절함이 선수에게 가 닿았을까? 애국가가 나오자 금메달을 목에 걸고 선수가 울었고 필자도 울었다. 금메달을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이 선수는 개인적으로 논란에 대응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냥 편해서 숏컷을 한다”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로 양궁 3관왕을 달성한 자랑스러움 속에서도 구설수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쿨한 반응 역시 금메달 감이라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서점 건물 1층 외벽에는 가로 15미터 세로 2.5미터에 달하는 총 6점의 벽화로 가득 채워 졌다.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라고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실 여부나 벽화 자체가 아니라 벽화에 등장하는 이 여성에게는 7명의 남자들이 있고 유흥업소에서 일을 했으며 결혼 전 동거 한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문구를 삭제하거나 벽화를 지운다고 해도 과거의 일은 지워지지 않는다. 왜 과거의 일을 현재까지 들먹이는가?

혐오적 표현·인권 침해

논란을 주도한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묻고 싶다. 다른 사람을 학대할 권리가 당신들에게 있는지. 과거에 숏컷을 하고 여대를 다니고 특정 단어로 표현 한 것이, 페미니스트 라고 규정하며 비난을 받을 이유인지? 자랑스럽게 우리에게 금메달을 안겨준 선수에게 온라인 공격을 해도 되는지?
과거에 몇 명을 사귀었건 어디에서 일을 했건 동거를 했건 안했건 그것이 비난 받을 이유인지? 그것은 그 사람이 선택한 것이다. 개인이 선택한 것을 여성단체나 여성가족부 장관이 나서야 하고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 가지고 있는 프레임(frame 인식의 방법)을 깨면 되는 것이다. 프레임 법칙이라는 것은 인간이 성장하면서 생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생각의 처리 방식을 공식화 한 것으로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떠한 틀을 가지고 상황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법칙이다.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서로 간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은 자기의 고정관념에서 나오는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이래야 하는데 여자는 저래야 하는데 라는 프레임.
이유가 어찌 되었건 그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일삼거나 학대할 권리는 없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혐오적 표현이며 명백한 인권침해이다.
페미니스트 하면 마치 나와 다른 성을 적대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분명하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한쪽이 이기면 다른 쪽은 지고 마는 제로섬(zero-sum)게임이 아니라, 양쪽이 모두 이길 수 있는(win-win)게임이라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의미로 알 수 있다. 젠더로 인한 모든 차별을 부정하며 성평등을 지지하는 믿음에 근거를 두고, 여성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일반적인 여성관에서 벗어나고자 하며, 남성과 동등한 기회와 자격을 가지기 위해 현실에서 실천하려는 사람을 말한다. 어느 사전을 찾아보아도 숏컷을 하거나 여대를 다니는 사람이 페미니스트라고 나와 있지 않다. 그것 또한 잘못된 프레임인 것이다.

타인에 대한 상처 봐야

인도의 시성 (詩聖 )타고르가 어느 날 그의 집 마당을 청소하는 하인이 세 시간이 훨씬 넘게 지각했다. 머리끝까지 화난 타고르가 해고해야 겠다고 작정했다.
이윽고 허겁지겁 달려 온 하인에게 빗자루를 던지며 말했다 .
“너는 해고야 ! 당장 이 집에서 나가!”
그러자 하인은 빗자루를 들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젯밤에 딸이 죽어서 아침에 묻고 오는 길입니다.”
타고르는 그 말을 듣고 인간이 자신의 입장만 생각했을 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상황에 대해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지 생각해 보는 여유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17세 양궁선수가 경기장에서 활쏘기 전 외치던 말이 가슴을 울린다. 파이팅!, 코리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