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권동현 기자]순천만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30여 년 전부터 갯벌의 소중함을 깨닫고 지켜온 순천시민들의 앞선 걸음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정작 순천시는 세계자연유산 순천만 갯벌을 지켜온 시민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갯벌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도 부족해 보인다.

순천시는 순천만습지권역인 별량 화포마을 일원에 ‘어촌뉴딜 30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예산 121억 원 가운데 절반인 61억 원을 들여 갯벌을 가로지르는 1km 정도의 해상데크길도 조성한다.

시민단체들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를 꼬집으며, 어촌재생이라는 원래 목적보다 관광지 개발에만 몰입하고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순천시는 낙후된 어촌·어항의 접근성을 높여 주민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해 개발이 필요하다며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순천만의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갈등은 1996년부터 본격화됐다. 동천하도정비 및 골재채취 사업이 시작이었다. 보전을 주장하는 시민들은 굴삭기 앞에 드러누우면서까지 결사반대했고, 10여 년간의 갈등 끝에 순천시는 생태공원화를 추진하며 보전에 무게를 두는 정책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때부터 서서히 순천시가 생태도시로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순천만 갈대가 유명세를 타며, 순천만국가정원이 들어서게 됐다.

이후 동양 최대의 태양광발전소를 유치하겠다며 순천시가 앞장서 사업을 추진할 때도, 해수탕·실버타운 건립 등의 크고 작은 개발 욕구들이 불어올 때도 시민들이 나서서 갯벌을 지켰다.

세계자연유산은 국경을 초월할 만큼 독보적이고, 현재와 미래 세대를 포함해 전 인류에게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가진 중요한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지정하고 있다. 유네스코도 개발보다는 보전에 방점을 찍고 있다.

순천시는 생태도시,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열매를 따 먹기 전에 여기에 이르기까지 안간힘을 쓴 시민들의 노고에 감사해야 한다. 화포 일원의 어촌뉴딜300 사업에서도 갯벌은 지켜야 할 세계자연유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