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 기자수첩=권동현 전남취재본부 기자]최근 국민의힘의 한 대선 후보가 “정치공작 한다고 언론과 국민 앞에 호통치는 것은 든든한 검찰조직을 믿고 큰소리치던 검찰총장 할 때 버릇 그대로”라며 같은 당의 다른 후보의 기자회견을 지적했다. 순천시에서도 똑같이 호통치는 조직이 있다.

순천시가 최근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한 공무원 위로금 성격의 ‘가족친화 프로그램 지원비’가 공분을 샀다. 코로나19 대처에 고생한 공무원들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공무원 1인당 20만 원씩, 총 4억5,400만 원을 지급키로 한 예산편성이 논란이 됐다.

생존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현실을 전혀 모른다는 공무원들에 대한 비판과 허석 순천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에게 환심을 얻기 위한 현금성 정책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순천시 전체가 들끓었다.

시민들의 분노는 순천부시장의 사과와 순천시의회의 예산 전액 삭감으로 사그라드는 듯했다. 하지만 예산편성의 정당함을 주장하는 공무원노조가 성명서를 발표하며 파장이 확산됐다.

정당성을 주장하는 정도에서 그쳤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터지만, 예산 승인에 반대의견을 낸 시의원을 규탄하고 이를 보도한 언론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까지 굳이 포함시켰다. 예산편성의 정당성보다 시의원과 언론을 성토하는 내용이 강조됐다. ‘경고한다’는 노골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성명서에서 ‘공무원노조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정치공작설을 주장한 것이나 ‘시의원의 행태를 1,300 조합원과 함께 강력 규탄한다’는 말은 노조 조직 믿고 큰소리치는 오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평소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고, 평소보다 힘들게 일하고 있다고 목소리 높이지 않아도 공무원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셀프위로금 책정이나 시의회와 언론에 군림하려는 오만함은 누구에게도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공무원노조이기에 조합원인 공무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공무원은 시민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되새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