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7일 밤 9시께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리조트 대강당에서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던 부산외대 학생 500여 명의 운명은 불과 10여 분 뒤 산산조각났다. 폭설로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지붕이 무너진 것이다. 사망 10명에 부상 100여 명. 천재지변과 부실공사, 안전불감증이라는 최악의 삼박자로 인한 참사였다.

“생명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와 가족에게도 엎드려 사죄한다.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최악의 상황에서 그나마 최선이었던 것은 운영 주체인 코오롱그룹의 대처였다. 이웅열 회장은 사고 발생 다음 날 오전 6시 현장을 찾았다.

새벽부터 기업 총수가 달려와 사죄하고 구조 지원과 보상을 약속하자 사태는 악화되지 않았다. 여론도 비난보다는 생존자 구조와 부상자 쾌유를 바라는 쪽으로 형성됐다. 사망자 유족에게는 1인당 5억 원대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기업이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는 게 당연한 데도, 모범적인 대처의 선례로 꼽힐 정도로 대한민국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경주 리조트 사고는 지난 6월 9일 광주 학동 붕괴 사고와 닮았다. 안전불감증과 부실공사(철거)가 원인이라는 점, 죄없는 이들이 희생당했다는 점에서다.

명백히 다른 것은 기업의 대처다. 학동 철거 공사의 원청인 현대산업개발(HDC)의 대처는 코오롱그룹과는 딴판이다. 실수를 인정하거나 책임지지도 않으며, 꼬리자르기식 재판과 말 뿐인 보상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지금이라도 HDC는 원인 규명과 경찰 조사, 재판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피해자 보상과 지원도 마찬가지다. 반성과 속죄만이 이 땅에 터를 잡고 국민의 힘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의 책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작금의 행태로 당장 허물을 감추고 돈을 아낄지는 몰라도 결국 기업 이미지 실추로 더 큰 손해를 볼 것은 자명하다. 참사를 나몰라라 했던 기업의 운명이 어땠던가. 삼풍백화점과 함께 몰락했던 삼풍건설산업의 비참한 말로가 단적인 예다.

/오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