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광장>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의 조화
김승호 세한대학교 초빙교수

교육부는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로 인한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응하고 미래교육으로의 대전환을 준비하기 위해 초·중·고 학생들이 배우는 교육과정을 미래형으로 개정하는 중에 있다.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2025년 중·고교 1학년에 적용될 2022 개정 교육과정 중 지향하는 인재상과 핵심역량, 교육목표 등에 대하여 대규모 국민 참여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10만1,214명이 참여하였으며, 15개 문항에 대하여 5월 17일부터 한 달 동안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미래 인재상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배려(22.4%)와 책임감(19.7%)이, 초·중·고등학교에서 강화되어야 할 교육에 대해서는 인성교육(36.3%)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한 주요 신문들의 표제어는‘국민은 인성교육 강화를 가장 원한다’, ‘인성교육 강화 목소리 높아’, ‘강화해야 할 교육 영역은 인성교육이 1위’ 등이었다.

미래 교육과정 인성교육 강화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미래의 학교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이나 학력이 아니라 인성교육이라는 의견이 대세로 나타나 있다. 입시위주 경쟁교육으로 인해 격조 높은 인품 개발이나 도덕성 함양 교육이 약화되었다는 한국 교육의 특수성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다. 또한 학교폭력과 청소년 강력 범죄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코로나 19로 인한 고립된 생활로 학교 부적응 학생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전남지역의 교직원 2,553명을 대상으로 2013년에 실시됐던 설문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교직원들은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교육의 1순위로 ‘인성함양’을 들었고, 다음으로 학력향상, 진로교육의 순으로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해석해 본다면, 지식교육보다 인성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력향상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약화시켜서라도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교직원 대상 설문조사 사례에서 보듯이 실제로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을 대비시키려는 관점이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직원들 사이에도 상당히 많다. 심지어 학업성취를 강조하는 사람에 대해 교육현실을 모르는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이라고 비판하는 경우도 있다.

분명히 학교교육에서 인성교육은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교육에서 인성교육만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교육의 두 축은 지식과 인성교육이기 때문이다. 지식과 인성은 어느 한 부분을 약화시켜 상대적으로 다른 부분을 강화시킬 수 없으며, 두 영역은 상보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인성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은 학교에서 학력향상은 불가능하고, 학력향상에 대한 교원들의 헌신 없이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학생들은 공부를 직업으로 한다. 직업에 충실하고 성취감을 얻고 싶은 것은 어른이나 학생이나 동일하다. 모든 학생들은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기에 교사가 학습할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효과적으로 가르쳐 주기를 바란다. 또한 스스로 자신의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식이나 능력이 없기 때문에 교사가 평가하여 전문적으로 보완해 주기를 바란다. 이와 함께 모든 학생들은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배려심과 협동심을 기르고, 선생님들과 감사와 신뢰의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주목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은 상보적이라는 이론을 미국의 인성교육 연구 및 연수기관인 인성교육협회(CEP)에서는 ‘새로운 인성교육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종래의 인성교육은 착한(good) 학생들을 위주로 하면서 소수의 문제학생들을 특별지도하는 일에 초점을 두었지만, 새로운 인성교육은 모든 학생들을 현명한(smart) 사람이 되도록 돕는 일이라고 하였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학교가 종래처럼 공부 잘하는 학생 위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 더 신경을 써서 모두를 자신의 잠재력만큼 키워 주려고 노력할 때 학교폭력도 줄고 인성교육도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또한 좋은 인성교육이란 문제행동을 줄이는 데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좋은 인성은 과거 사회에서 중요했고, 미래의 교육에서도 중시해야 할 과제이다. 수업 중심의 교육과정에 따라 운영되는 학교교육의 특성 상 지식교육에 비해 인성교육 비중이 약하게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인성교육 위주로 학교가 운영될 수는 없다. 인성교육과 지식교육이라는 두 축은 동시에 그리고 상보적으로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