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지역
문화
스포츠
기획
특집
오피니언
사람들
전매광장
화요세평
열린세상
데스크칼럼
사설
에세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2021. 10.05. 08:20:35

명진 알암인권작은도서관장

<화요세평>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명 진(알암인권작은도서관장)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성공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 감독이 만든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가 서비스되고 있는 83개국 모두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최대 히트작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진다. 거액의 상금을 얻기 위해 잔혹한 죽음의 경쟁에 도전하는 극한의 게임 이야기가 코로나 19로 극심화 된 빈부격차의 현실에서 전 세계의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인 것 같다.

게임에 이긴 최후의 1인이 상금을 차지하고 살아남는다는 것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적자생존의 법칙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살아남은 1인은 행복하게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적자생존’은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 제5판을 출간하면서 진화론의 핵심인 자연선택을 대체할 수 있는 개념으로 소개했다고 한다. 그 후 ‘적자’라는 개념이 ‘신체적 적자’와 동의어가 되면서 강하고 냉혹한 자들이 살아남고 약한 자들은 사라진다는 해석이 생물학의 주류를 형성해 왔다는 것이다.

오징어게임 진정한 승자

그러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저자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지난 150년 동안 ‘적자’의 해석이 잘못되어 왔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윈과 근대 생물학자들에게 ‘적자생존’이란 가장 덩치 크고 힘세고 강한 물리력이 아니라 살아남아 생존 가능한 후손을 남길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다윈은 자연에서 관찰되는 친절과 협력에 주목해서 “자상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고 썼으며, 그 뒤를 잇는 많은 생물학자들도 진화라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이상적 방법은 협력을 꽃피울 수 있게 친화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기록을 남겼음도 강조하고 있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사람 종이 멸종하는 와중에 생존하여 유일한 인간으로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유발 하라리도 지적했듯이 초강력 인지능력 때문이다. 인지능력의 요체가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 즉 친화력이라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친화력은 타인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게 하며, 지식을 세대에 세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게 해준다. 타인의 의도나 욕망, 감정 등 인간에 대한 이해와 기억력, 전략 능력이 아무리 고도로 발달하더라도 친화력에 바탕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과 결합하지 않으면 문화와 역사와 같은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징어 게임에서 극대화되서 묘사되고 있는 인간의 폭력성 잔인성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우리가 속한 집단에 대한 다정함의 강렬함 이면에 외집단에 대한 공격성, 폭력성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특히 갈등 상황에서는 극도의 제노포비아를 보일 수 있으며 아주 작은 일로도 이런 집단심리는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사회심리실험의 결과로 나타난다. 외부자의 공포와 고통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것은 그들을 사람에서 배제시키고 ‘비인간화’시키기 때문이다. 다정함, 협력,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 종 고유의 신경메커니즘이 닫힐 때 우리는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협력·소통으로 생명 확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비인간화된 타인의 범주를 무너뜨리고 갈등을 줄일 수 있을까?

가족과 친구, 민족을 향한 편협한 다정함을 더 넒은 집단을 향한 보편적 공감으로 확대될 수 있게 하는 것은 소통과 접촉이다. 종교, 정치, 민족 등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협력과 친절을 나눔으로써 편견과 차별의 간격을 신뢰와 우정으로 메꿔나가야 한다.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우리 삶의 평가 기준이 바뀔 때 인류는 진화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

사람들

경제

사회

기사 목록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