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의 주인공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문을 연 고흥 남포미술관(관장 곽형수)과 박승모 작가. 박 작가는 개관 당시 화제를 모은 서울 한남동 ‘구찌 가옥’ 외관을 제작하고, 영화 ‘기생충’에 작품을 선보였으며 현재 미국과 독일 등지에 진출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런 그가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의 작품 2점을 미술관에 기증·설치했다.
박 작가와 미술관의 인연은 지난 2011년 처음 시작됐다. 조각가 7인이 참여한 ‘움직이는 예술마을’전을 시작으로 미술관과 첫 인연을 맺은 작가는 이후 2013년 개인전 ‘환(幻)’을 통해 다시 한번 미술관을 찾아 전시를 진행했다.
이 당시 박 작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계속해서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남도의 소박한 미술관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에 전시를 마치고 떠나며 “기회가 닿으면 작품을 한 점 기증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당시 곽 관장은 박 작가의 작품이 너무 좋았던 터라 내심 기뻤으나 믿기지 않았기에 당시에는 ‘설마’하는 마음이 더 컸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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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모 작가가 고흥 남포미술관에 기증한 대형 입체작품 ‘색소폰’. |
“지금 구찌가옥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 작업이 끝나면 남포미술관에 기증할 작품을 제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올 3월 현장 답사를 온 박 작가는 당초 미술관 정원에 대형 조각 작품을 설치하기로 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미술관 실내에도 작품을 놓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현장 답사 결과, 관리 문제 등을 감안해 당초 11m 정도로 구상했던 작품의 규모를 줄이는 대신 또 다른 작품까지 기증하기로 했다.
그렇게 미술관 정원에 설치된 ‘색소폰’은 스테인리스 와이어로 색소폰의 형상을 구현한 크기 400×220×70㎝, 무게 약 1.5t에 달하는 대형 입체작품이다.
실재와 허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와이어 중첩을 통한 명암의 대비로 표현해 낸 밀레의 ‘이삭줍기’( 230×470×10㎝)는 평면 철망 조각작품으로 박 작가의 작품으로는 국내 미술관에 설치된 작품 중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곽형수 남포미술관장은 “박승모 작가의 작품기증을 계기로 관람객들이 새로운 볼거리를 즐길 수 있게 되는 등 명실공히 격조 높은 미술관으로 자리 잡게 됐음에 감사를 표한다”며 “소중한 작품을 기증해준 작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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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에 등장했던 박승모 작 ‘마야 2078’./박승모 작가 홈페이지 |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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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에 등장했던 박승모 작 ‘마야 2078’./박승모 작가 홈페이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