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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독립운동 날과 이념 벽에 갇힌 민족독립운동가들

2021. 11.02. 08:35:37

명 진(알암인권작은도서관장)

1929년 11월 3일에 기어이 터져 나온 학생들의 함성 ‘식민지 노예교육 철폐!’, ‘‘일본 제국주의 타도, 피압박 민족 해방’. 광주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저나갔고, 세계식민지 약소민족의 해방운동에도 고무적인 영향을 준 학생독립운동은 3.1운동, 6.10만세운동과 더불어 3대독립운동으로 자리매김 되어있다.

학생독립운동은 1929년 10월 30일, 광주를 떠나 나주에 도착한 통학열차에서 일어난 일본 남학생의 한국 여학생에 대한 희롱으로 시작되었다. 한일 학생 간 집단 충돌로 확대된 이 사건은 일본경찰의 편파적 처리로 인해 일제의 식민지교육에 대해 저항하고 있던 학생들의 민족의식에 불을 붙였고, 학생들의 대일항쟁심은 11월 3일을 계기로 대항일 학생운동으로 전개된 것이다.

이러한 발전의 동력은 독립운동의 흐름 속에서 조직되어 있던 각 학교의 독서회와 그 연합체인 ‘독서회중앙본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하나로 뭉쳐져 11월 3일의 1차투쟁에 이어 11월 12일 2차 가두투쟁에서 학생들 시위는 역사적인 항일투쟁으로 발전된다. 그리고 2년에 걸친 전국적인 학생운동으로 이어짐으로서 일제의 식민지 통치에 일격을 가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학생독립운동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물론 ‘독서회중앙본부’의 지도부를 구성했던 인물들은 모두 독립운동 유공자로 서훈되어 있는 것일까?

전국 항일투쟁 이끈 장재성

학생독립운동 관련자 중 핵심지도부로 최고형인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장재성, 그리고 당시 광주고등보통학교 2학년으로 백지동맹을 주도하여 퇴학당했던 이기홍은 아직까지 서훈받지 못하고 있다. 해방 후 좌익활동에 관여했다는 이유이다.

1996년 고인이 되기까지 평생을 민족민주 운동가로 살다가신 이기홍의 일대기를 다룬 ‘이기홍평전’(글쓴이 김명기)에서는 학생독립운동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다뤄져 있다 .

장재성은 광주고등보통학교 재학시절인 1926년 광주지역 학생들의 사회과학 모임인 성진회를 만들고 민족의식을 고취했으나 일경의 감시가 좁혀져 오자 해산하고 1929년에는 여러 학교의 독서회를 조직하여 지도했다. 여동생 장매성 등은 광주여자보통고등학교(지금의 전남여고)에서 소녀회를 만들어 학생운동이 발발하자 적극 참여하게된다.

11월 3일 투쟁 이후 장재성, 장석천 등은 항일민족운동의 전국화라는 방향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 신간회, 청년단체, 사회단체들과 연결하였다. 근우회는 조직원을 광주에 파견하여 지원하면서 시위는 전국적으로 번져갔고 해외에서도 동조시위와 지지가 이어졌다.

장재성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장재성은 해방 후 단독정부수립 반대를 위해 북에서 열린 남조선인민대표자회의에 참석한 뒤 일본을 통해 귀국했다가 체포되어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한국전쟁 혼란 중에 경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백지동맹의 주역 이기홍

1,2차 투쟁으로 광주의 학교들에 휴교령 내려진 이후 1930년 1월 개학 날 치룬 기말고사에서 이기홍은 투옥 중인 학우들을 위해 시험을 거부하고 퇴교하는 백지투쟁을 주도하게 된다. 3일 후에는 하숙집으로 날라온 퇴학통지서를 들고 고향인 해남으로 낙향하게 된다. 이후 농민운동에 투신하여 항일운동을 더욱 발전시켜 나갔다. 전남사회운동 협의회 사건으로 2년 6개월 복역했고, 일제 말기에는 거주제한 조치를 당하기도 한다.

해방 후 건준, 보도연맹 사건으로 체포되었으나 다행히 살아남아 1960년대 이후에는 민족 민주 통일운동에 헌신하게 된다. 이기홍평전에서는 일제강점기 이후 매 정권마다 15회 이상 검거, 12년 6개월의 투옥생활을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독립운동가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해방 후 혼란스런 상황에서 좌익활동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아직도 서훈 불가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분들이 온 몸 바쳐 막으려 했던 분단의 벽이 아직도 우리 사회의 통합을 가로막는 벽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독립운동의 날을 앞두고 이분들의 뜨거운 혼과 피가 이념의 낡은 경계를 녹여버리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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