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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방지법 시행 한 달 만에 일어난 일들
안경주 전남여성가족재단원장

2021. 12.23. 18:39:57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헤어진 뒤 위협과 스토킹 피해를 당하여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한 상태였고, 사건 당일에도 가해자가 무단침입하자 스마트워치로 두 차례 긴급 호출을 했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는 지난 1년 동안 피해를 당하며 이미 다섯 차례나 신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40대 남성이 경북 구미에서 옛 여자친구를 차량에 감금한 채 40분간 운전한 사건 등 연일 스토킹 범죄에 시달리고 있는데,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10월21일 이후 총 3,314건의 스토킹 범죄가 신고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평균 100건이 넘는 수치이며,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달 20일까지 발생한 총 6,939건까지 더하면 올해만 만 건 이상의 스토킹 범죄가 신고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며, 교제폭력에 이어 스토킹 범죄 그리고 살인으로까지 치닫는 범죄라는 심각성에 있다.



스토킹범죄 방지 장치 마련

지난 4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스토킹 예방과 피해자를 보호 지원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책무를 규정한 바 있다.

이는 스토킹 신고체계를 구축하고 조사, 연구, 교육, 홍보, 시설의 설치, 운영 그리고 법률구조, 주거지원, 자립지원 등 지원서비스를 명시하고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신변노출을 방지하는 것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스토킹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도록 가정폭력, 성폭력 보호시설을 활용하여 선제적으로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기도 했다.

더불어 스토킹 피해자 보호 및 인권보장을 위해 직장에서의 불이익조치 금지와 피해자 지원 시 당사자의 의사 존중 의무,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명시하며 피해자 긴급 구조시 경찰에 동행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주거지 주변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 전화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 그림, 영상 등을 전달하는 행위를 포함하며 이 같은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면 범죄로 규정된다.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범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벌받게 된다.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그리고 스토킹 범죄에 ‘묻지마 범죄’까지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신보다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힘을 가하는,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관행이 만들어놓은 권력관계에 기반한 명백한 젠더 폭력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성적 권력 관계 만드는 성차별

경찰의 신변보호시스템의 촘촘한 관리도 중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체계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흐름과 이 폭력이 가진 성적 권력의 근거를 바꾸지 않는 한, 한 해 만 건이 아닌 수만 건의 스토킹 피해를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실들을 제대로 직시하고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들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보려 한다면 일부 정치인들이 생각 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극단적인 페미-반페미 전선과 이의 정치적 이용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친밀한 관계, 즉 연인관계, 또는 부부관계에 있었던 많은 여성이 가정폭력, 성폭력, 그리고 교제폭력 및 스토킹 범죄에 노출되고 죽임을 당할 가능성에 놓이게 되는 것을 우리 사회의 역사 속에서 보아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역사이다.

이러한 ‘사회적 사실’ 안에 놓인 성별 관계, 성별 권력관계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심히 걱정된다.

왜 많은 젊은 여성들이 연애와 결혼을 선택하지 않으려고 하는지를 청년정책에 관심이 있다는 정치인들은 이제 직시해야만 한다. 친밀한 관계가 폭력으로 변할 수 있는 이 원리에 대해서 말이다.

성차별은 성적 권력관계를 낳는다. 권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관계를 자기 맘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것이 여의치 않았을 시 폭력도 불사하는 것을 우리는 익숙하게 보아왔다.

성별로, 연령으로, 그리고 직장의 상하관계에서 말이다. 모든 남성이 가해자는 아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피해자는 여성이다. 그것이 현재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사회적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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