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있는 문학 신인을 발굴하는 2022 전남매일 신춘문예 ‘골드문학상’ 시상식이 12일 본사 6층 사장실에서 열렸다. 세종, 수원, 대구 등 시상식을 위해 아침부터 먼 곳에서 달려왔다는 당선자들의 눈에는 피곤함보다는 설렘과 긴장이 가득했다.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소설 부문 당선자 손보경씨(36·필명 임춘보)는 “건축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시험이 끝나고 나서 발표가 나기 전 그 사이가 가장 공부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아 나름의 돌파구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며 “그런 과정 속에서 글에 대해 조금 더 배우고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고, 신춘문예에 한 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원고를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손보경씨는 “당분간은 닥치는 대로 쓸 수 있는 것은 다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다”며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내 이야기와 내 주변인들의 이야기다. 이번 신춘문예 당선에 안주하지 않고 더 많이 공부하고 많이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동화 부문 당선자 문채영씨(22)는 “학생 때부터 원래 책과 글에 관심이 많았고, 공부에 집중이 잘 되지 않을 때마다 글을 써 왔었다”며 “언젠간 막연히 이뤄질 것이라고 상상만 하던 일인 등단을 이룬 만큼, 더 많이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문씨는 “물론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크고 깊은 서사와 의미를 담은 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며 “아직 다양한 경험이 부족한 만큼 앞으로 취직 등 현실적인 사회생활 등을 헤쳐나가며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시 부문 당선자 강일규씨(64)는 “오랜 공직 생활을 끝으로 약 10여 년 전 퇴직 후 방송통신대학교 문예반에 들어간 것이 내 오랜 글쓰기의 시작이 됐다”며 “무엇보다 나의 글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두운 곳에서 아프고 힘든 이들을 보듬어주는 그런 시를 쓰고 싶다”며 “나이가 있다 보니 아프기 전까지 생의 남은 기간 동안 삶의 무게를 시의 무게로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시를 쓰며 시와 함께 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2022전남매일 신춘문예 ‘골드문학상’은 시·단편소설·동화 3개 부문에서 작품이 응모됐으며 지난해 말 본사 대표이사실에서 본심이 진행됐다. 심사위원으로는 강대선 시인, 심윤경 소설가, 임정자 동화작가가 참여했다. 소설은 손대경씨의 ‘싹’, 동화는 문채영씨의 ‘새벽 놀이터’, 시는 강일규씨의 ‘미역국’ 이 각각 당선됐다.

소설 ‘싹’은 전형적으로 꼰대라 불릴만한 주인공의 내면과 외면을 균형적으로 묘사하며 그 비루한 괴리 사이에서 인물의 입체성을 확보하고 페이소스를 자아내는 능숙한 솜씨로 읽는 내내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대서사나 기발한 설정에 기대지 않고도 삶 속의 흔한 장면들 속에서 얼마든지 참신하고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의 발굴과 전개가 가능함을 보여줬다는 것이 당선작으로 선정된 이유다.

동화 ‘새벽 놀이터’는 디테일 면에서 서투름은 있으나 자신만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작품 쓰기를 시도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인적이 끊어진 어두운 놀이터에서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의 두려움과 불안, 그 속에 묻어 있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는 평가다.

시 ‘미역국’은 아기를 잃은 ‘아내’를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이 다른 이들의 아픔과 함께하는 지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코로나19 시대에 고통받는 현대인들에게 공감과 연민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울림이 컸다는 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