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 데스크칼럼=우성진 기자]전 지구적 고통이 일상에 스며들었고 어느새 뒤덮었다. 이 틈바구니에서 새삼, 희망 찾기를 얘기하기란 녹록치 않다. 허나 우리는 노력과 인내로 늘 극복해 왔다는 데 공감한다. 이 길의 끝에 이르면 아름다운 세상을 찾고, 보고,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 가운데 관광이 자리를 잡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예전 관광은 하드웨어 인프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냥 보고 스쳐 지나왔다. 지금은 변했다. 소프트웨어 감성을 더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특정 도시나 지역을 찾는, 혹은 찾게 만드는 ‘도시 브랜드’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일부 타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저마다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미디어가 넘쳐나는 시대에 걸 맞는 다양한 매체와 최적의 콘텐츠를 결합하고 생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온라인·감성마케팅 방점

이 가운데 여수시의 탁월하고도 독보적인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여수시는 기존 오프라인 요소와 홍보 영상 시스템을 다소 멀리했다. 대신 온라인과 감성마케팅에 방점을 찍었다. 국내·외를 대상으로 SNS 채널을 개설했다. 저예산과 고효율을 조화시켜 가성비를 한껏 끌어 올렸다.

이를 공유했다. 파급력이 나날이 커지는 유튜브용 웹드라마 등 뉴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 세상에 내밀었다.

벌써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지끼의 사랑 이야기’가 첫 작품이었다. 여수 거문도 사람들의 애환과 기원이 담긴 신지끼 전설의 주인공 인어공주가 여수밤바다 등을 배경으로 거리의 악사와 꿈꾸는 첫사랑 이야기다.

이듬해 만든 ‘여명’은 여수의 명소와 임진왜란 당시 여수에서 활약한 명나라 장수라는 2가지 의미를 담았다. 노량해전 때 전사한 중국 장수 등자룡의 17대 손녀 등려가 여수로 유학을 와 여수청년 수호와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여수 화정면 개도의 느티나무 전설을 각색한 ‘마녀목’이 세 번째 웹드라마다.

네 번째는 여순사건 70주년을 맞아 만든 ‘동백’이다. 여순사건의 아픔을 극복하고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돌산읍 큰끝등대의 해상 전경을 소개하며 화제를 모았던 다섯 번째 작품 ‘호접몽’은 저출산이 지속돼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2100년이 배경이다. 미래 여수에 사는 여미로가 우연히 2023년의 여수로 시간여행을 오면서 소라면 중촌마을 출신 유튜버 다정, 그리고 그녀를 짝사랑하는 소꿉친구 동우가 만나 삼각관계를 이룬다.

여섯 번째 작품은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란 의미의 ‘윤슬’은 삼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1,500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이야기다. 백제로 망명한 신라 진골 출신 해오랑과 백제 귀족 가문의 영애 별녀, 이를 질투하는 무장 관우, 3명의 주인공들이 환생을 거듭하며 삼각관계를 벌이는 퓨전 로맨스 사극이었다. 관광 트렌드를 반영, 선도하는 도시답게 금오도 비렁길과 여수섬섬길, 흥국사, 은적사, 선소 유적 등 여수의 유서 깊은 명승지를 영상에 담았다.

지난해 촬영에 들어간 일곱 번째 작품 ‘무지개’는 백야도와 소호동동다리 등 아름다운 관광지를 품었다.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흑과 백이 없는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선시대 악공청에서부터 현대의 버스킹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음악도시 여수를 배경으로 한 일곱 명의 친구들 이야기다.

◇‘계획이 다 있었다’

해마다 이어지는 여수의 앞선 ‘스토리’들은 남다른 창의성을 바탕으로 전개됐다. 땀에 비례했다. 여기에 웹툰과 이모티콘 등 뉴미디어 콘텐츠로 재구성하는 ‘디테일’을 더했다. 물론 포털사이트,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블로그도 활용했다. 인터넷상에서 자발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바이럴마케팅’은 자연스런 열매였다.

웹드라마 대회나 영화제, 각종 응모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상을 받았다. 7년 연속 소비자신뢰 브랜드 대상 , 한국관광의 별 2회, 스페인 빌바오 웹페스트 황금늑대상 등 최근 4년간 무려 30회 이상의 국내·외 수상기록을 세웠다.

글로벌 스마트 관광 기반 마련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여수시의 패러다임 변화와 도전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기점으로 정점을 찍고 2013년 이후 떨어져 가던 관광객 유입에 크게 기여했다. 여수밤바다를 배경으로 한 ‘낭만포차’와 같은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입힌 것. 2015년부터 5년 연속 관광객 1,300만명이란 수치가 이를 입증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도시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런 화수분 같은 플랫폼을 기획·주도한, ‘계획이 다 있었다’는 주인공은 최근 8년간 관광마케팅 팀장이었던 여수시청 김상욱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