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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골에서

2022. 03.23. 17:11:17

<전매광장>사직골에서
곽규호 광주문화재단 예술상상본부장

지난 주에는 아주 오랜만에 사직골에 가봤습니다. 고(故) 이장순 10주기 추모음악회가 일주일 동안 열리는 첫날이었습니다. 고인에게, 유족께, 그리고 통기타 가족들에게 인사드리러 갔습니다.

고 이장순님은 광주에 통기타음악을 심어주신 분입니다. 고인은 학동에서 태어나 1972년 KBS신인무대에 국소남님과 함께 듀엣으로 데뷔했고, 그해 말 이장순 국소남 두 분이 충장로에서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대단한 인기를 모으면서, 광주에 포크음악을 전파한 것입니다. 그래서 2022년, 올해가 광주 통기타 음악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장순 10주기 추모음악회

이장순님을 생전에 자주 ?었지요. 2000년대 초 광주에 내려와 차린 광주공원 앞 라이브카페 시절부터, 사직골의 ‘올댄뉴’까지 자주 찾아다녔지요. 특히 기억나는 것은 근무하던 신문사에서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는데 이장순님이 짧은 러닝 반바지를 입고 운동장에 나오신 겁니다. 너무 반가운 맘에 한걸음에 달려가 인사를 드렸습니다.

“아니, 언제부터 운동을, 아니 마라톤을 하셨어요? 완주하실 수 있겠어요?”

“거뜬해. 오래 살려고 달리지. 오늘은 10km만 뛸라네. 시간 되면 저녁에 봐~”

3년 넘게 마라톤 대회에 나오신 기억이 납니다. 특히 5·18마라톤이라는 데 남다른 의미를 두셨더랍니다. 이날 추모음악회에 고인과 함께 43년여 동안 파트너이셨던 국소남님이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깊은 우정을 담은 추모사가 가슴을 적셨습니다.

사직골은 광주 포크음악의 둥지 같은 곳이지요. 국소남 님의 기억에 원조 ‘사직골’은 1950년대부터 아주머니 한 분이 하던 ‘크라운 광장’이었다고 합니다. 1980년대 대학생·청년들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통기타 가수들도 찾아오고, 카페도 하나둘 늘었습니다. 지금 사직골에는 10여 곳의 라이브 카페가 운영되고 있지요. 가게마다 주인장이 개성 있는 노래와 라이브연주로 손님을 끌어모읍니다. 한때 유명했던 서울의 미사리, 청평 등의 라이브 열기는 사그라들었지만 광주만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아직 통기타 라이브의 맥을 이어가고 있으니 광주사람이면 자랑할만한 명소입니다.

지난해 중반부터 광주가 갑자기 ‘노잼 도시’로 지목되고 있나 봅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요. 예향 의향 미향 같은 이미지는 하나도 재미없는 이미지고, 5성급 호텔이 없다, 복합쇼핑몰도 없다, 워터파크 놀이공원도 없다고 합니다. 청년들이 떠나는 도시라고도 하더군요. 노잼 도시라는 논쟁 탓에 도시에서 의미와 재미를 만들고 보여줘야 할 문화재단 사람으로서 그간의 해온 일들이 많이 부끄럽게 됐습니다. 프린지페스티벌이나 아리랑축전,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등 여러 문화 예술적 볼거리를 만들어 보여드렸다고 자부해 왔지만 재미는 없었나 봅니다.

갈수록 예술적 볼거리 풍성

그럼에도 저는 광주가 자랑할 거리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민주성지나, 예향 미향 이런 거 말고도 자랑거리가 있다는 거지요. 특히 광주의 밤거리가 그렇습니다. 야경도 좋고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멋진 카페와 음악실은 늦은 시간이 제격인 곳이 많습니다. 사직골도 그런 곳 중 하나입니다. 늦은 시간에 와야 더 즐길 수 있고, 함께 자리한 사람과 어우러지는 재미가 있지요. 외지인들은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더군요. 최근에는 미디어아트 벨트가 시작돼 밤거리에 예술적 볼거리를 더했으니, 광주의 밤거리 풍경도 풍성해졌습니다.

지금 사직골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골목 입구에 이장순 동상은 시민들을 반겨주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여러 가게들이 폐업 지경입니다. 문을 연 곳도 출혈이 심하지요. 코로나 감염병 확산 이전에도 힘들었다고들 합니다만 올해가 통기타음악 광주 상륙 50년이 되는데 사직골이라도 잘 살리면 좋겠습니다.

너무 빨리 우리 곁은 떠나 안타까운 이장순님을 추억하며 오늘은 그의 곡 ‘충장로블루스’와 쨍쨍하고 명징한 기타 소리를, 국소남님의 구성진 올드 팝을 다시 듣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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