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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도 포기 않는 기초학력 보장법에 부쳐

2022. 03.30. 13:30:43

<전매광장>한 아이도 포기 않는 기초학력 보장법에 부쳐
김승호 세한대 초빙교수


교육은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어떤 학생이라도 일정 수준까지는 학습하도록 지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사람들은 의무교육 기간 동안 모든 학생들에게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학력을 보장해 주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며, 교사들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라도 확보해 줄 것이라는 교육 가능성을 기대한다.

그렇다면 교육 가능성과 기초학력 책임에 대한 관점은 어떠한가. 많은 학생들이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학력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 학년이 올라 갈수록 수업 내용을 알아듣지 못해 고민하는 학생들이 증가한다는 것, 그 때문에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고 일탈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이 많아진다는 인식은 교육계 내부에서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공부 못하는 것을 자신들의 무능 탓으로 여겨 떳떳하게 기초학력에 대한 학습권을 주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학습 지원·보충교육 실시

다행히 최근 학생 개개인의 학습권을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한다는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되었다. 지난해 9월 24일 ‘기초학력 보장법’이 제정되었고, 지난 25일 그 시행령이 제정되었다. 이 법령은 교육부 장관이 5년마다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 수립하도록 의무를 부여했다. 아울러, 시·도교육감은 종합계획과 해당 지역 여건을 고려해 매년 시·도 기초학력 보장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모든 초·중·고에서는 학습지원 대상 학생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학생별 학력 수준과 기초학력 미달 원인을 종합 진단하기 위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매년 4월까지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는 읽기, 쓰기와 셈하기에 대하여, 그리고 4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는 국어, 수학, 영어 교과에 대하여 학습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을 진단검사를 통해 확인하여 학습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선정하고 보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기초학력 보장법이 이제라도 시행되어 다행이지만 사실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미국의 경우 우리보다 20년 전인 2002년 1월 8일 ‘낙오학생방지법’(NCLB: No Child Left Behind Act)을 시행하였다. 기초학력 보장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보하기 위하여 국어와 수학 성취수준을 확인하는 학력평가를 실시하고, 부진학생에 대한 개별적인 학습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와 교사들의 부담이 크지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은 학교, 특히 하위 5%의 학교에 대해서 특별 지원 및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심지어 이 법률에 근거하여 중학교 2학년 자녀의 학력수준이 초등학교 5학년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보충학습비 지원을 요청한 학부모가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도 있다. 그 만큼 기초학력 보장에 대한 책임이 크다.

미국의 ‘낙오학생방지법’은 이번에 제정된 ‘기초학력 보장법’의 모델일 뿐만 아니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교육 구호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교육부는 2019년부터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의 비율이 대폭 증가한 결과에 따른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한 아이도 놓치지 않고 기초학력을 책임진다’는 정책을 계속 제시하고 있다. 전남과 광주를 비롯한 모든 시·도교육청에서도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을 위해 ‘모든 학생 끝까지 책임지는 기초학력 보장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을 참고하여 우리나라에서도 기초학력 보장의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인정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계 학력책임 인식 전환

시작단계에 들어선 우리의 기초·기본학력에 대한 관심과 책임을 미국의 사례에 비춰보면 생각해 볼 것이 매우 많다. 우수학생 중심의 대학입시 위주 교육의 그늘에서 학습부진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교육청이나 학교를 상대로 하여 자녀 교육에 대한 책무성 요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점, 그러기에 책임교육 담당자들의 책임의식이 상당히 약화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을 공언하면서도 책임이 드러날 수 있는 기초학력 평가에 대해서는 줄세우기 교육이라는 핑계를 대거나, 지식보다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적극 반대하는 일부 진보교육자들의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된다.

이제 우리나라 교육에서도 기초·기본학력 부진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체제가 구축된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도 먼저 교육계 내부에서 모든 학생들의 기초·기본학력 보장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더욱 노력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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