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10년 정권 교체 징크스를 깨고 5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회귀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른 여파가 가장 크게 미칠 지역은 바로 호남이다. 두 자릿수 지지율과 역대 최고 득표율을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에게 선사하고도, 주요 정부부처에 호남 인사가 한 명도 기용되지 않는 등 ‘홀대론’이 대두되면서 광주는 이제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코로나19가 2급 감염병으로 하향 조정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경제 활성화와 지역 발전에 대한 시민의 기대감과 열망이 뜨거워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대선 광주의 뇌관으로 떠올랐던 복합쇼핑몰 유치,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갈등을 거듭해온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시민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21일 전남매일, 뉴스1, 광주드림이 공동으로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유치를 찬성하는 응답이 68.2%, 반대하는 응답이 26.2%로 조사됐다. 주로 2~30대 젊은층에서 80%가 넘는 찬성 의견을 보내기도 했지만, 중장년층과 노년층에서도 과반이 넘는 50~60%대의 긍정 응답이 나왔다.

무등산 케이블카 설도 찬성 51.8%, 반대 44.1%로 과거와 달리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는 시민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상태로 보존하면서 멀리서 바라보기보다는,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접근성을 향상해 더 많은 시민들이 무등산의 정취를 향유하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무작정 대형마트와 쇼핑몰을 규제하고, 조금이라도 손을 대면 무등산이 무너질 것처럼 과잉반응하는 처사는 지금 시대에 맞지 않다. 대화와 타협으로 절충안을 찾으려는 자세를 기르지 못한다면 광주는 아직 부족하지 않은 재정과 무등산이라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낭비하며 쇠퇴를 거듭할 것이다.

저조한 도시개발과 부족한 인프라는 사람을 떠나게 만든다. 광주가 150만 인구를 찍지 못하고 2015년부터 감소세에 접어든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안 없이 맹목적으로 개발논리를 비난만 하는 행태는 결코 광주를 사랑하는 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