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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오전 8시 이전 움직이지 않는 도시

2022. 05.22. 17:08:09

<열린세상>오전 8시 이전 움직이지 않는 도시
정진탄 월간국장 겸 논설위원


이른 아침 통상 타고 다니던 대중 교통버스에서 내리니 한 청년이 명함 크기의 스티커 한 장을 건넸다. 샌드위치와 커피 등을 파는 가게를 지하철 역 내에 오픈해 와달라는, 일종의 홍보 전단이었다. 마침 그 지하철역을 경유해 출근하기 때문에 새로운 가게를 지나가게 됐다. 향긋한 커피 냄새가 역사 바닥으로 내려앉아 기분이 좋았다. 허나 아쉽게도 매장 내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그날도, 다음날도 그랬다. 오전 8시가 다 돼가는 정도였지만 행인이 별로 없고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러오는 고객은 아무도 없었다.

도심 식음료 매장 손님 없어

광주 동구 인구가 지하철이 생기기 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지만 도심 내에 아시아문화의전당과 주변 상가, 금남로 일대 금융권이 산재해 유동인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헌데 보통 이른 오전보다는 낮 시간대에 많다. 이곳 직장 출근자를 겨냥해 샌드위치와 커피 판매점이 거의 없는 상태고, 있어도 손님이 드물다. 지하철 내부에 있는 매장은 손님 발길이 뜸해 좀 시간이 지나면 문을 닫지 않을까 우려된다. 실제 그런 운명의 매장이 지하철 역사 내에 적지 않다.

광주 출근 시간대가 보통 8시를 넘기다 보니 그 전 이동인구가 많지 않고, 또 그래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식음료점은 활성화되지 못한다. 좀 더 빠른 시간에 나와야 조식을 못 먹은 출근자들이 식음료점을 찾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신도심 상무지구를 가 봐도 다를 게 없다. 보통 9시 전후가 돼야 거리가 다소 활기를 띠고, 점심시간 정도 돼야 주변 식음료점이 손님 맞을 채비를 한다. 이른 아침 상무지구에 소재한 호텔 내부 또는 주변 상가를 보면 삼삼오오 모여 다과를 곁들인 비즈니스 회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굳이 이른 아침 시간에 회사를 나갈 필요가 없고 그럴 만한 시급한 업무가 없는데 아침잠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살다가 광주에 내려오면 한두 템포 느린 생활을 하게 된다. 마치 동영상 속도를 일부러 늘어 뺀 것 같다.

이런 풍경에 대한 묘사는 지극히 필자 개인적인 느낌 또는 인상에 불과한 것이랄 수 있다. 일정 부분 인정하지만 광주 도심을 돌아보면 비즈니스 시간은 8시 이후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자영업자들의 영업 오픈시간이 빨라야 보통 8~9시인데, 이는 그만큼 이동인구가 적고 매장 방문 손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가장 붐빈다고 하는 스타벅스의 매장 오픈시간은 오전 8시가 대부분이다. 차를 이용한 손님을 위한 DT점은 오전 7시부터 영업이 시작되나 일부에 불과하고 그 시간대 이용자는 많지 않다. 아침 해가 중천에 떠야 차량이 꼬리를 무는 경우가 연출된다. 오전 스타벅스 매장에 오는 손님은 주로 젊은 층과 여성 직장인이 많은데, 이들은 그룹을 지어 뭔가 달성할 목표치에 대한 열띤 회의 모습을 연출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근 동시간대나 8시 이전, 수도권의 지하철역과 직장 근처 커피숍, 샌드위치점, 제과점 등은 북적인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넥타이를 맨 샐러리맨들이 호텔 내부 또는 주변에서 비즈니스 회의 또는 담소를 나누는 장면은 허다하다. 그 같은 삶의 복잡함을 피하기 위해 수도권을 떠나 광주에 내려와 산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광주 도심의 아침 출근시간 썰렁함은 단지 수도권의 복잡함을 피하러 온 이들의 ‘느림’ 때문이라고 하는 데는 선뜻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인구 150만의 도시를 수도권 도심과 비교하기엔 뭣한 감이 있지만 이른 아침에 긴장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 ‘행복도시’의 면모라곤 할 수 없을 것 같다. 광주 경제 낙후성의 잣대를 들이대야지 느림의 미학으로 묘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더 크고 더 강한 광주를 표방한 민선 7기가 막을 내리고 7월 민선 8기가 시작되면 북적이는 광주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북적이는 광주’ 됐으면

광주가 정의로우면서도 풍요로울 순 없는 것인지 지역 지식인이 답변을 해줬으면 좋겠다. 지역 정치인, 행정 고위관료들도 답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른 아침, 그러니까 오전 8시 이전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도시 내부엔 다양하고 시급한 비즈니스가 있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그런 비즈니스 도시 구축의 주도층은 중·장년층이며 각종 기관의 간부들이다. 청년층은 지역사회 주류가 마련한 공간에서 끼와 열정을 발휘할 뿐이다. 이런 유기적인 협력 체제가 광주에서 잘 작동되고 있다고 말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광주는 지금 즐겁고 활력 있는 도시로 변모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하루하루 이른 아침 생기를 주기엔 역부족이다. 도시 전체적인 인프라 미흡과 이에 기반해 움직이는 시민들의 발걸음에 활기가 넘치지 않는다. 광주를 움직일 만한 힘을 가진 이들이 오전 8시 이전 도심을 활보하며 어떤 영감을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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