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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광장>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마땅한 처벌을

2022. 06.08. 18:00:04

<전매광장>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마땅한 처벌을
대유민 전남청소년성문화센터장


예비 사회인인 공업고등학교 3학년 대상으로 강의를 해달라기에 단칼에 거절했다. 학생 교육은 오래 되어 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대부분 강당에서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 강의의 효과가 떨어지기에 강당 교육을 지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번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수락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예상대로 강당이란다. 강당 교육 50%는 이미 실패한 강의라고 말들 하지만 그중 한 명이라도 귀담아 들을 학생을 생각해 강의 준비에 소홀할 수 없었다. 강의장을 점검해 달라고 담당 교사에게 부탁도 했다.

체육관에 들어서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외장 하드를 컴퓨터에 꽂았는데 빔이 켜지질 않아 방송실 담당 학생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천장에 있는 빔을 켰다 껐다 해보길 여러 차례. 준비해 간 시청각 자료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난감했다. 그 와중에 가방을 메고 체육관에 막 들어서는 학생 세 명을 불러 담당 교사는 단상 앞에 세워 놓고 약 90명의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혼내기 시작했다.

한국선 가해자 솜방망이

어떻게든 이 학생들이 건전한 성의식이 형성되어 사회로 발을 내딛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물거품이 되는 것만 같았다. 누구를 탓하랴 자책하며 강의를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려는데 또래들 보다 키가 작아 보이는 남학생 한 명이 다가와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왜 우리나라는 처벌이 약하죠? 미국은 100년, 200년 때리던데요.” 하는 것이다. 순간 당황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듣는 학생이 있었구나 생각하니 내심 기뻤다. 그 학생과 법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하고 뒤돌아 오는 길은 학생 교육을 수락했던 그 마음보다, 준비 해 간 시청각 자료를 전혀 사용하지 못할 때 느꼈던 마음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사건들에서 가해자들에게 내려지는 솜방망이 처벌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지난달 모 신문사에서 ‘n번방의 일반인 가담자들’ 1심 판결문을 전수 분석한결과에서도 볼 수 있다. n 번방 일반 가담자 378명의 1심 형량을 보면 무죄 2명(0.5%), 선고유예 4명(1.1%), 벌금 64명(16.9%·평균 653만원), 실형 47명(12.4%)이다 그 중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69.1%(261 명)를 차지한다. 또 n번방 일반 가담자 378명의 범죄 유형을 보면 277명(73.3%)이 소지죄에 해당하고 그중 205명(74%)이 역시 집행유예를 받았다. 또 교내 성폭력이 벌어졌던 서울지역 학교의 명단이 시민단체 소송으로 3년 만에 공개 되었는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93개 학교로 가해교사는 187 명이었다.

가해 행위는 학생들 신체 부위를 깨물거나 만지는 등 불필요하게 접촉하는 경우, 입에 담기 조차 어려운 언어적 성폭력을 일삼은 가해교사 187명 중 교육청과 학교 측이 수사기관에 신고한 교사는 151명에 달하지만 이중 63%인 96명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현재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처벌이 강화되고 사법부의 인식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법원에서 선고되는 처벌이 너무 약하고 가볍다는 시각이 많은 것은 정작 그 학생만이 아닐 것이다.

피해자 인권이 더 중요

실질적인 판례를 중시하고 판사의 권한과 재량이 큰 교화보다는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징역 100년, 200년도 선고가 가능한 영미법과 달리 우리나라는 법의 형량을 기준으로 판사의 재량을 제한하고 형벌을 교화 목적으로 주는 대륙법계 영향을 받다 보니 범죄자의 인권을 중시하고 초범과 과실범에 대해서는 형을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하고 반성했다는 이유, 합의했다는 이유 등의 감형사유를 존재하게 한다.

그러니 질문했던 남학생의 침울한 표정에서도 느낄 수 있었듯이 현실에서 우리가 느끼는 법과 실제 집행 사이의 벽은 너무 높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것이다. 실형보다 집행유예 기간이 더 길게 선고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범죄를 억지하는 기능을 한다는 판사의 말도 일리는 있겠으나, 감형사유가 결코 피해자의 고통을 감소시켜 줄 수는 없다. 피해자의 . 인권이 더 중요한 지점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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