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면 아쉬움과 미련 안도감과 같은 복잡 미묘한 것이 남는다. 다양한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 흘러가 버릴지라도 장소는 여전히 존재한다.
여기, 광주 동구에서 나고 자라거나 직장생활을 하고있는 청년들이 있다. 같은 장소지만 공간에 대한 추억은 각기 다르다. 이러한 개개인의 향수를 담은 사진전이 주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 동구지역 아카이빙 사진전 ‘지나, 가다’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 전시는 광주 동구청에서 시행하는 2022 미술관박물관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동구 지역의 공간들을 대상으로 특별하지 않지만, 각자의 소중한 일상을 담았다. 전시 참여작가는 정다운·이정은·송진주·한누리 4인이다.
작가들은 광주 동구 지역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대인시장, 무등산 운림동, 계림동, 서석동 등 동구에 살면서 직접 보고 경험했던 특별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시에서는 총 39점의 사진을 선보인다. 사진을 바탕으로 전사기법을 통해 캔버스에 사진 이미지를 담았으며, 미디어 영상으로도 선보인다. 작가들은 저마다 광주 동구라는 지역적 공간성을 중점으로 장소에 따른 각각의 장면들을 포착하면서, 추억과 감정들을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정다운 작가에게 ‘계림동’은 희망과 약속의 땅이다.
정 작가는 7년 전까지 계림동에 작업실을 꾸리고 그림을 그려왔다. 인근 대형마트에서 반찬을 사서 끼니를 해결했고, 작업실 옥상에서 노을을 보며 젖은 감상을 기반으로 화폭에 그림을 채워 넣었던 곳. 예술인으로 삶을 불태웠던 계림동에서의 기억을 기반으로 카메라에 대인시장의 풍경을 담았다.
“예술과 사람, 그리고 오랜 역사가 깃든 동구가 좋아요. 나의 어릴 적 꿈과 희망을 담아 그림을 그렸던 곳이기 때문에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잊혀졌던 기억들이 떠올라 생각에 잠기곤 해요.”
이정은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20년째 살고 있는 ‘운림동’을 카메라에 담았다. 어린 시절 놀았던 홍림교와 무등산 풍경을 통해 잊고 지낸 기억을 떠올린다.
“다섯 살 때 운림동으로 이사를 왔어요. 냇가에서 가재도 잡았고 도룡뇽알과 개구리의 알의 차이를 깨우치기도 했죠. 혼자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무등산이 보이는데 어머니는 빨래를 널며 이따금 무등산에 걸리는 무지개를 보는 걸 좋아해요. 매일 어머니와 무등산을 오르며 아침을 맞이해요. 산에 오르고 내리며 들리는 새소리를 들으면 무거웠던 마음이 스르르 풀려요. 이런 소소한 행복 때문에 가족들이 운림동을 떠나지 못한 이유죠.”
송진주 작가는 초·중·고 그리고 대학과 직장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을 동구에서 보냈다. 오랜 기간 동구에서 맺은 수많은 인연과 추억이 가득한 공간이다.
송 작가가 렌즈에 담은 동구의 모습은 그만큼 광범위하다. 광주폴리와 광주푸른길, 계림동과 인쇄의 거리까지 주요 상징인 공간을 선보이며 그간의 인연과 추억을 곱씹어본다.
“무등산으로부터 내려오는 물줄기를 따라, 지산동, 동명동, 시내 중심까지, 문화와 예술, 역사가 깃든 동구는 어릴 적부터 내게 공연과 전시, 행사들을 경험할 수 있게 했어요. 그러한 경험이 기반이 돼 직업을 얻을 기회를 준 곳이죠. 문화예술을 천직으로 살아가는 내게 동구는 뿌리 깊은 삶의 터전입니다. 수많은 사람의 기억 속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이곳은 내게 무한한 영감을 주곤 합니다.”
문화기획자인 한누리 작가에게 동구는 애증이다. 대학 시절 다니던 학교를 도망치듯 그만두고 다른 곳을 갔지만 또다시 동구를 찾았다. 사람이 많이 타는 특정버스가 싫어 이사를 결심하지만 동구의 다른 동네로 옮겼다.
한 작가는 조선대학교 교정과 학동 4구역 철거 현장을 담았다.
한편 광주 동구지역 아카이빙 사진전 ‘지나, 가다’는 무료이며, 전 연령 관람 가능하다. 자세한 정보는 주안미술관(인스타그램 @juan_artmuseum)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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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누리 ‘새벽 6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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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운 ‘대인시장의햇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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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운 ‘대인시장의햇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