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전남도가 상생발전 방안으로 추진중인 주요 정책의 일관성이 상실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정통합과 경제통합, 연구원 분리 등 지역의 중차대한 사안이 오락가락한데 따른 것으로, 공청회나 토론회는 고사하고 시도지사의 입맛에 따른 갈지자 행보로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4일 전남도에 따르면 민선 7기 때인 지난 2020년 9월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토론회에서 당시 이용섭 광주시장의 ‘깜짝 제안’으로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같은 해 11월 이 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고, 지난해 10월 광주전남연구원이 관련 용역에 들어가 오는 12월 최종 보고회를 앞두고 있다. 2020년 당시 양 시도지사는 연구 용역 1년과 6개월 검토과정을 거쳐 시도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시도의 행정통합 논의는 그러나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경제통합으로 급선회했다. 6월 지방선거를 전후로 부산·울산·경남을 하나의 경제 생활권으로 묵는 ‘부울경 메가시티’ 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광주·전남도 행정통합 논의가 뒷전으로 밀렸다.

민선 8기 광주시정의 키를 쥔 강기정 시장은 시도 경제통합을 위한 선 교통통합 등을 강조했고, 재선에 성공한 김영록 지사는 전남·광주를 중심으로 전북·제주, 나아가 부산·울산·경남이 함께하는 ‘남해안 남부권 초광역 메가시티’로 범위를 확장했다.

경제통합 논의는 이후 지난 7월 민선 8기 첫 시도 상생발전위원회를 기점으로 ‘광주·전남 특별지방자치단체(특자체)’ 설립으로 논의의 주제가 재차 넘어갔다. 특자체 설립을 통해 남해안 남부권 초광역 메가시티 구상을 가속시킨다는 구상이다. 와중에 전남도 내에선 특별자치도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자체는 지난 2020년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광역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 설치할 수 있다. 지난 4월 부산과 울산, 경남도가 출범시키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이 최초다.

양 시도는 내년 하반기 특자체 출범을 목표로 설립 작업을 진행키로 하고 현재 지방행정연구원에서 12월말까지 관련 용역을 진행중이다.

시도는 현실성과 타당성 검증을 위해 관련 용역을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행정통합을 필두로 경제통합, 특자체 등 상생발전 방안이 연이어 제기되면서 시도민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특히 양 시도가 내놓은 방안들의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행정력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비등하다.

특자체 첫 사례인 부울경 특별연합은 내년 1월부터 관련 사무처리가 가능하지만, 지금껏 사무소 입지를 결정하지 못하는 등 정상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출범을 준비중인 충북과 충남, 대전·세종의 충청권 특자체와 지리산 인근 6개 자치단체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행정통합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던 대구와 경북은 민선 8기를 시작하면서 아예 없던 일이 됐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용섭 전 시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행정통합 용역은 초광역메가시티, 경제통합 등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고, 또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를 알아보는 연구이며, 특자체 관련 용역도 지역현실 등 타당성이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 보기 위한 것이다”며 “진행중인 용역들의 결과를 보고 실행 여부 등 포괄적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강기정 시장이 시정질문 과정에서 “상생 차원에서 광주전남연구원을 통합 운영했는데 과연 방향이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운을 뗀 이후 양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연구원 분리 둔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전남도의회 전경선 의원(목포5)은 “전남·광주 행정통합을 위해 연구용역까지 하다가 경제통합으로 전환하더니, 이제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한다고 한다”며 “지역의 중차대한 사안은 공청회나 토론회를 통해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데, 주민들도 전혀 모르고 심지어 도의회도 내용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