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지역
문화
스포츠
기획
특집
오피니언
조합장선거, 함께 쓰는 슈룹
■강진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류문영

2022. 11.27. 18:06:39

강진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류문영

최근 사진 한 장을 보았다.

쌀값 폭락으로 트랙터가 추수를 앞둔 논을 갈아엎고 있었다. 50년 만의 기록적인 봄 가뭄으로 겨우 모내기를 마쳤다는 소식을 들은 지가 엊그제 같다. 황금빛을 띄며 영근 생때같은 벼를 뒤엎은 장소에서, 그 농민은 깨끗하게 보내주고 싶어서 전날까지 잡초를 뽑아주었다고 한다.

지난 8월말 기준, 전남 지역 농협 쌀 재고량이 전국에서 제일 많아 농협의 손실액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힘든 것이 어찌 농가뿐이겠는가. 각종 대출이율은 오르고, 현안들이 산적한 것은 농림수산업 등 전방위적인 상황일 것이다.

전남의 경우 인구수 대비 20% 이상이 조합원이다. 이 비율은 동지역보다는 읍·면으로 갈수록 높아지며, 강진군의 경우에는 3만3천명의 인구 중 조합원의 수가 1만7천명에 달해 50%를 넘어선다. 그만큼 조합은 지역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전남에서는 22개 시·군의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 등 181개 조합이 내년 3월 8일 실시되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치른다. 전국 1,300여개의 조합 중 경북, 경기와 더불어 제일 많은 수의 조합이 이곳 전남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현재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조합이 조합원들의 직선제로 조합장을 선출하고 있다. 조합 통·폐합이 상당수 진행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소규모적으로 지역이나 관계 업종 위주의 친밀한 연고관계로 이어져 금품선거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이에 2005년부터 조합장선거는 의무적으로 선관위에 위탁해 오고 있다.

조합장 선거일이 100여일 남은 지금, 농림수산업의 대표적인 공공 조직이자 조합원 공동의 이해를 위한 조직으로서 조합 대표자 선출에 대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집에서, 축사에서, 생굴 작업장에서 또는 마을회관 옆 차량에서 슬쩍 건네주는 돈봉투로 판단할 시기는 지나지 않았는가.

소싯적 이야기 같지만, 상기에서 언급한 장소는 모두 지난 2019년 전라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합장선거 관련하여 금품선거 조치한 사례이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전남지역 고발 28건 중 21건(75%), 제1회 때는 고발 26건 중 21건(80%)이 기부행위 관련이었다.

‘다른 후보자들도 모두 주는데 나만 안 줄 수는 없다’거나 ‘지금 투자한 돈으로 최소 4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일부 후보자들의 고질적인 인식도 문제이다. 2022년 상반기 양대선거에서 부각된 허위사실·비방 등에 기반한 혐오의 정치도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선거 때 빈손으로 부탁하러 오면 쓰나’, ‘조합에서 환원사업으로 그 정도는 해줘야지’ 하는 일부 조합원들의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겠다.

그 옛날 악명 높던 고무신선거, 막걸리선거가 이만큼이나 개선된 것은 민주주의와 관련한 저변에서부터의 꾸준한 의식전환이 이루어져서 가능했던 것일 게다. 나아가 이러한 생활주변의 선거는 추후 공직선거에서 후보자선택의 기준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드라마 ‘슈룹’이 방영중이다. 낯선 단어라 외래어인가 했는데 ‘우산’의 순우리말이란다. 어찌 항상 맑은 날이겠는가. 비도 오고 눈바람도 치고, 그런 와중에 함께 우산을 쓰고 헤쳐 나갈 수 있는 대표자는 어디 있는 것인가. 조합원을 위해 더 열심히 뛰어줄, 함께 고민하고 방향을 설정할 조합장을 뽑는 것은 단지 나에게 약간의 돈이나 편의를 주는 단발적인 결론으로 해결하려하면 안 될 것이다. 슈룹을 함께 쓰고 우리 조직, 희망찬 조합을 위해 일 할 조합장이 누구인지 찬찬한 혜안이 필요한 때다.


#2022112701000717000021861#

정치

사람들

경제

사회

기사 목록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