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근래 영화·드라마 등을 보면 ‘반달’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반달은 건달도 아니고 일반인도 아닌 사람을 칭할 때 쓰는 은어로, 마치 기회주의자를 뜻하는 ‘박쥐 같은 인간’으로 느껴진다. 이 반달이라는 단어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현재 지방의회 사무국장의 모습이 언뜻 뇌리를 스치게 된다.

지난해 1월 13일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으로 지방의회 인사권이 독립됐지만, 집행부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아직까지 의사국장 자리에 배치돼 정체성에 의문이 들고 있다. 집행부가 아닌 의회 소속으로 거처를 옮겼으나 자신의 신분이 집행부 소속 공무원인지, 집행부 감시·견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을 지원하는 의사국장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특히 북구의회에서는 지난해 7월 하반기 인사에서 의사국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큰 소동이 빚어진 바 있다. 의회는 인사권 독립의 취지에 맞는 원칙적인 인사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집행부에선 원할한 4급 승진 인사를 위해 인사교류가 필요하다며 갈등을 겪었다. 결국 격론 끝에 ‘1년 6개월 인사 교류’를 통해 집행부에서 파견한 의사국장을 임명하기로 결정했고, 임기가 만료되기 전 교류인사가 아닌 개방형 직위 공모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1년 6개월 인사 교류’의 단서 조항이 오히려 의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의회 운영의 발전을 위한 큰 노력 없이 처세와 눈치밥만 있다면 임기 기간을 모두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국장은 의회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음에도 신규직원 채용과정에서 미온적 태도로 일관했고, 2022 개정 교육과정 ‘5·18 민주화운동 삭제’ 논란 당시 의장과 의원들 간 규탄성명을 놓고 마찰을 빚게 된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다.

관련 조례에 따르면 의사국장은 의장의 명을 받아 의회의 사무를 통할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필자는 의장 없는 자리에서 모르는 사람 마냥 취급했던 의사국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의장 앞에서만 반갑게 건넸던 악수가 비위 맞추기가 아닌 지방의회 발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