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은행 문이 열리자마자 은행에 방문한 윤형식씨(35)는 “평소 은행에 가려면 대기도 길고 일찍 끝나 항상 마음이 조급했었는데, 영업시간 정상화로 마감 시간이 늘어나 심적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자영업자라 시간을 마음대로 낼 수도 없어 은행 업무시간이 줄어든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국민은행의 9to6 뱅크나 광주은행 신세계지점 등 탄력점포 및 영업시간 특화점포 등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아무래도 주거래 은행도 아닌데다 대기 인원도 많아서 불편한 점이 있었다. 영업시간 정상화가 조금 늦어진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시행해서 고객 입장으로서는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9시 우리은행 금남로지점. 평소라면 아직 문이 굳게 닫혀 있을 시간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날부터 주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영업시간 정상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자 5대 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지방은행 등 1년 6개월만에 은행 영업시간이 정상화 됐다.

그러나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사실을 알지 못해 평소처럼 방문했다 대기가 길어졌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방문객들도 눈에 띄었다. 영업시간 정상화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나 점포 앞에 영업시간 변경 사실을 공지하지 않으면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이날 평소와 같이 9시 30분에 광주은행 금남로지점을 방문했다는 김모씨는 “지점 앞에도 9시 30분 오픈이라고 공지가 붙어 있어 별 다른 생각 없이 오픈 시간에 방문했다 대기 시간만 길어져 낭패를 봤다”며 “알아보니 다른 은행들은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우거나 앱 팝업 등으로 영업시간이 정상화 됐다는 것을 공지했는데, 광주은행은 홈페이지, 앱은 물론 심지어 지점 문 앞에도 영업시간 변경에 대한 안내문이 없었다. 금남로 지점의 경우 이날까지도 2022년에 붙여둔 9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으니, 고객으로선 당연히 그 안내문에 따라 은행을 방문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날 같은 지점을 방문한 최모씨 또한 “오픈시간에 맞춰 방문하지 않아서 업무를 보는 데 지장은 없었으나, 분명 오늘부터 영업시간이 정상화 됐는데도 지점 앞 안내문은 그대로라 광주은행은 적용이 되지 않는 건가 싶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금융권 자체에서도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 정부에서 나서자 급하게 영업시간 정상화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영업시간 정상화가 큰 이슈이긴 하지만 모르는 이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해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한 공지는 해야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다동 금융노조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영업시간 정상화는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라며 사측의 합의 위반 사안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사측은 지난 25일 각 회원사 앞 공문을 통해 30일부터 은행 영업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까지로 원상복구한다고 밝혔고, 이는 금융산별 노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금융노사는 2021년 중앙노사위원회를 통해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이후 영업시간 단축 여부에 대해서 2022년 산별단체교섭에서 논의하기로 하는데 합의했다”며 “이후 관련 내용을 노사공동TF를 통해 논의하기로 했으나 사용자 측은 노조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노사공동TF 회의 개최를 미뤘고, 이후 일방적으로 영업시간 정상화를 발표하고 나섰다”고 설명했다.

김일영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금융노사 합의 위반에 대해 업무방해로 경찰에 고소 조치할 예정”이라며 “법원의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으며, 고소 이후 권리 침해 사실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가처분도 같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급적 법적 문제를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산업 노사관계도 있고 지부 노사관계도 있기에 처벌 대상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사는 없다”고 부연했다.

/글·사진=오지현 기자

30일 오전 광주은행 신세계지점에 고객들이 업무를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