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M에게 보내는 편지
김명화 작가·교육학 박사


바닷바람에 춘백(동백)도 붉게 피어오르고 있다는 뉴스를 진행하는 리포터의 목소리에 힘이 솟는다. 인터뷰하는 섬마을 이장은 바다를 안고 황금잔을 받쳐 든 노란 수선화꽃을 배경 삼아 봄소식을 전해 주었어. 순천 금둔사에도 홍매화가 피었다는 소식도 덧붙었어.

2월이 가기 전에 매화꽃을 보려 금둔사에 들려 볼까 보다. M아, 2월은 마무리하고 시작을 하는 시기란다. 이런 시기에는 삶이 지치기도 하지. M이 보내준 깨알 같은 편지글에도 청춘의 삶이 가득 묻어 있었어. 네 글을 읽으면서 내 희망도 같이 보았단다.

희망 가득한 청춘의 삶

M아, 그러고 보니 20대는 버티기 힘들 정도로 마음이 아팠던 적이 있었어. 세월을 이겨내면서 그 시절을 잊고 살았지만 M를 통해서 20대를 되돌아볼 수 있었어. 그냥 있어도 눈물이 났던 20대였어. 그래서 바느질을 하는 엄마에게 묻기도 했지? “엄마는 왜 살아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삶에는 세월의 강을 건넜던 흔적이 엿보였지. 특히, 봄빛이 가득찬 날은 더 힘들었던 것 같아. 햇살이 눈이 부신 날, 견디기 힘들어 무작정 서울행 버스를 타고 5번 좌석에 앉아 들판의 올리브 빛 나뭇잎을 보면서 왜 그리 눈물이 났던지. 20대는 햇살에 부서지는 나뭇잎만 봐도 눈물을 흘렸던 것 같아. 결혼해 아이 낳고, 돈 벌고, 직장 다니다 보니 한쪽에 숨겨 있는 삶을 잊고 살았던 것 같애.

M에게 미안한 일이 있지. 한돌 밖에 되지 않는 너에게 어느 날 충격적인 기쁜 소식이 전해졌지. 너보다 더 작은 아이가 나타났으니 말이야. 넌 신기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았어. 그리고 작은 손가락으로 너보다 더 작은 아이의 볼을 만지러 가다 내 눈과 마주쳤지. 그런데 깜짝 놀라서 손을 빼는 너를 보고 놀랐단다. 만져도 되는데 만지면 안 되는 줄 안 너의 모습을 기억해 보니 그때도 지금도 아리고 아프다.

M아, 어떤 말을 해야 너에게 힘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리는 너와 함께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해. 동생에게 영어 토익 공부방법을 알려줄 때 네 언어에는 힘이 들어 있었어. 그때 너의 에너지를 읽었거든. 20대를 잘 이겨내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

너와 함께 한 미술관, 카페, 그냥 걸었던 길들. 참 좋았어. 특히, 전남도립미술관의 국제 특별전, 고귀함을 지킨 화가 조르주 루오전이였지. 조르주 루오는 그림은 독특한 선으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현했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 루오의 그림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 조르주 루오의 대표적인 작품 미제레레(불쌍히 여기소서)는 고통의 길을 선택한 예수를 통해 나를 구원할 수 있었어.

인생을 살면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M아, 쿠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M도 김병종 미술관에서 ‘남미여행’ 그림으로 본 쿠바의 바다 기억하지. 김병종이 쓴 여행 산문집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있어. ‘쿠바에서는 음악이 약이다. 약국과 병원이 적은 대신 음악이 있어서 쿠바인의 건강지수는 높다. 이리 채이고 저리 밀리는 사람일수록 쿠바에 갈 일이다. 쿠바에 갈 수 없다면 음악에 몸을 맡겨 볼 일이다.’ 그래서 외로운 사람들은 쿠바에 가고 싶어 하나 봐. 언젠가 쿠바에 가서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자. 아바나 말레콘에서 석양에 물든 바다에 몸을 맡겨 보는 거지.

봄이 오는 길목 현재에 충실

권지예 작가가 쓴 ‘베로니카의 눈물’에서도 쿠바 사람들의 생활을 알 수 있어. 쿠바에서는 호텔 외벽에 사람들이 서 있다는 거야. 스마트폰의 와이파이를 무료로 쓰기 위해서래. 가난한 나라 쿠바 사람들은 현재의 삶을 충실하대. 책 내용 중 지금도 기억하는 문장은 ‘모니카 중요한 일이라고 너무 집착하고 애쓰지만 그런 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아. 그럴수록 그 중요한 일이 너를 괴롭히는 거야. 인생은 그저 흐르는 거야. 그냥 힘을 빼고 흐름에 몸을 실어. 춤출 때처럼’ M아, 삶의 리듬에 자신을 맡기자. 가끔은 그저 흐르는 대로 말이야.

M아, 봄이 오고 있어. 생명의 봄이 오는 길목에 알프레드 디 수자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시를 너에게 보낸다. ‘춤춰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거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