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의 피해 사례를 알리고 일본과 한국 정부에 사죄와 대책을 촉구하는 고발대회가 마련됐다.

29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에 따르면 시민모임과 광주시가 공동 주관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고발대회가 전날 동구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열렸다.

대회에는 서태석·한문수·박진주·천양기·박철희 등 유족 5명과 시민 등 50여명이 참여했다.

이번 고발대회는 일제강제노역 피해 유족들이 겪은 아픔을 듣고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고자 마련됐다.

유족들은 어릴 적 자신이 기억하는 가족에 대한 모습과 동원 이후 알게 된 피해 사례를 참석자들에게 증언했다.

1941년 일본 해군 군무원으로 끌려 간 서씨의 아버지 서조왕금씨는 1943년 5월 남태평양 팔라우섬에서 사망했다.

징용을 피하기 위해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처가가 있는 담양으로 이동했지만, 서씨가 7살이 되던 해 강제 징용됐다.

서씨는 “사죄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행태가 너무 괘씸하다”며 “일본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 생각만 하면 한이 맺힌다”고 말했다.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아버지와 이별한 한씨는 아버지 한두석씨에 대한 사연을 전했다.

구례군청 직원인 한두석씨는 1942년 11월 남태평양 트럭 섬 소재 제4해군시설부 활주로 건설 현장에 끌려갔다.

징용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전사 통지서가 집으로 왔고, 슬픔을 이기지 못한 한씨의 할아버지도 화병으로 숨졌다.

한씨는 “평생 아버지만을 기다리던 어머니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강제 동원 유족회 활동을 늦은 나이에 시작하게 됐다”며 “징용 피해자 유족들은 아직도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후손들이 이 나라를 잘 지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밖에 일본 탄광에 끌려갔다가 숨진 천병오씨·제주도에 있는 일본군 해안 진지 공사 현장에 투입됐다가 숨진 박검술씨 등의 이야기 등도 전해졌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피해자들이 겪은 역사적 진실을 다음 세대에 올바르게 전승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