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올 2학기에도 지속되고 있어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 의대의 경우 등록금 납부 기간을 연장하거나 검토 중이며, 2학기 등록률은 저조한 수준에 그쳐 학사운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지역 대학가 등에 따르면 전남대학교는 지난달 20~23일 2학기 등록금 납부 기한 이후 등록 기간을 추가로 연장했다.

추가 공고된 등록금 납부 기간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였으며, 다음 달 7일부터 8일까지를 최종 등록기간으로 설정했다.

지난달 말 기준 등록을 마친 의대생은 재적 학생 740명 중 87명(11.7%)이었고, 의예과 1·2학년의 수강 신청률은 각각 13.6%, 16%에 불과했다.

현재 1학기가 진행 중인 조선대는 재적 학생(749명) 중 약 2.5%만 온라인 수업과 실습에 참여 중이다. 조선대는 다음 달 5일 1학기를 마친 뒤 이틀 뒤인 7일부터 2학기를 개강한다.

2학기 등록금 납부 기간은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로, 의대 재적생 가운데 10명 가량이 등록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대는 의대생들의 2학기 등록률이 저조하자 다음 달 말까지 등록금 납부 기간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각 대학이 등록금 납부 기한을 연장하는 데에는 의대생의 제적 처분을 늦추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기한 내 등록하지 못한 의대생은 미등록 제적 처분 대상에 해당된다. 또한 등록금 납부 기한이 확정될 경우 휴학 의사를 밝히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의대생들이 학점 미달로 대거 유급될 수 있다.

지난 8일 기준 집단 휴학에 동참한 전남대 의대생은 651명으로 1학기(536명)보다 115명 늘었고, 조선대 의대생은 593명이 집단 휴학에 동참 중이다.

교육부는 앞서 유급 판단 시기를 학기 말에서 학년 말로 조정하는 등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없이는 강의실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학년 말까지 수업 거부가 지속될 경우 집단 유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대 관계자는 “성적 처리 기한이 학년도 말로 연기됐지만, 2학기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거나 집단 휴학으로 수업 거부가 장기화될 경우 제적·유급을 막기 위한 뾰족한 대안이 없어 막막한 상황이다”며 “현재 2학기 등록률이 저조한 상황인지라 내부 논의를 거쳐 연장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2학기 수업 거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전국 의대생 3,000명 이상이 2학기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미애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의과대학별 국가장학금 신청 기간 등 현황’을 보면 2학기 전국 39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 제외) 학생 3,201명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장학금은 국내 대학 재학생에게 소득 수준에 따라 금액을 차등해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올해 2학기 국가장학금은 5월 21일~6월 20일, 8월 14일~9월 11일 두 차례에 걸쳐 신청받았다.

신청 당시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이미 대다수 의대생이 수업을 거부하고, 증원을 원점 재검토하지 않으면 강의실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밝힌 시점이었음에도 의대생들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했다는 뜻이다. 이보다 앞선 올해 1학기엔 39개 의대에서 7,210명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했다.

김미애 의원은 “의료 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수준 높은 의학교육을 보장하고 최고의 역량을 가진 우수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라며 “관계 당국은 의대생에 대한 장학금의 합리적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