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도를 지향하는 광주시가 전문예술극장(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본격 나서 실현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광주시는 호남 최초 전문 문화예술 관람시설 설치 명분과 시민 우호 여론을 앞세워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막대한 건립예산 마련과 향후 활성화 방안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잖다.

29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비엔날레 30주년 등 문화도시 위상 재정립을 위해 뮤지컬, 오페라, 발레, 클래식 공연 등 전문적인 작품 상연이 가능한 전문예술극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예술극장 조성사업은 대형 공연시설이 부족해 시민들이 수준 높은 문화 공연문화 향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민선 8기 공약으로 채택됐다.

문화수도를 추구하고 있는 광주시의 문화 공연시설은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과 아시아문화전당 극장1이 있지만 다목적홀에 불과해 대형 공연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시는 오는 2029년까지 총사업비 3,00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5만㎡, 1,500~2,000석 이상의 공연장, 연습실, 편의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2억2,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건립사업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착수했고, 용역 결과를 토대로 내년 초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앞서 시는 지난 4월 행정 분야 2명, 전문가 14명(문화예술 11명, 건축 1명, 도시계획 1명, 조경 1명) 등 16명으로 구성된 전문예술극장 자문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시는 전문예술극장 건립을 통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의 문화예술 및 도시발전 △예술경험 및 문화적 라이프스타일 확장 △공연예술 성장기반 조성 및 저변확대 △관광 등 경제적 유발 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

시민들도 전문예술극장 건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온라인 시민소통 플랫폼 광주온(ON) 설문 조사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 공연장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80.1%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문예술극장 건립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세수 부족과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에 전체 건립 사업비 중 시 부담 예산 1,500억원과 매년 시설 운영비 확보는 발등의 불이다.

대구 오페라하우스 유지·보수·운영에 매년 100억원 이상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해마다 50~100억원의 시비를 편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민자 유치 등을 통해 관련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지역의 대형 공연 관람 수요가 수도권에 비해 크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 경기 침체 등으로 투자자 찾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공연시설에 대한 활성화 대책 수립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다.

7,000억원의 국비를 들여 지난 2015년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대표 콘텐츠·마케팅 부재로 수년 동안 부진한 성과에 허덕이고 있다.

광주시의회 임미란 의원(남구2)은 “척박한 공연예술 기반을 확충하고 시민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건립 취지는 이해하겠으나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전문예술극장을 꼭 지을 필요가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며 “열악한 재정 탓에 도시철도 2호선, 에너지밸리, 인공지능 등 주요 현안이 축소 또는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을 공론화 과정없이 밀어붙이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설 건립을 통해 광주의 열악한 전문공연예술 기반 개선과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전문 예술인력 육성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며 “올 연말 타당성 조사 결과와 전문가, 시민 등 각계각층 의견과 제안을 적극 반영해 마스터플랜이 제대로 수립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전문예술극장을 넘어 지역 문화 관광 활성화를 위한 복합문화시설 아레나 공연장 유치 제안도 나와 관심이 쏠린다.

광주시의회 채은지 의원(민주당 비례)은 “현재 검토중인 1,500석 규모의 전문예술극장 건립만으로는 부족한 광주의 전문공연장 확충과 시민들의 문화욕구 충족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1~2만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공연시설인 아레나 공연장을 북광주 IC와 가까운 우치공원에 유치한다면 도시 이용인구 3,000만명 달성과 꿀잼도시 광주 실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