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게 승리로 보답해 기쁨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라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기본부터 탄탄히 다져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팀, 상대를 밀어붙이는 끈기 있는 배구를 통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습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에서 나오는 과정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배구를 구사하겠습니다.”

장소연 페퍼저축은행 감독이 여자 프로배구 막내구단 감독직을 맡은지 6개월이 지났다. 현역 시절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던 장소연 감독은 2016년 은퇴후 SBS 스포츠에서 배구 해설위원으로 현장을 누빈 뒤 지난 3월 페퍼저축은행 신임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게 됐다. KOVO 컵대회와 새 시즌을 앞두고 장 감독을 만나 올 시즌 계획과 포부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페퍼저축은행 감독으로서 지난 6개월을 보낸 소감을 밝혀달라.

△직후 FA영입, 아시아 쿼터 트라이아웃,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까지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처음 감독을 맡으면서 적응이 필요했고 선수단과 워크숍을 통해 유대감을 가지면서 지난 6개월을 보냈다. 어떤 배구를 구사할 것인지, 특별한 팀 색깔을 꾸려나가기 위해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선임 당시 ‘원팀’을 강조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계획대로 된 점이 있다면. 처음 부임했을 때와 지금과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팀의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문화 중 하나가 원팀이었다.

원팀이 되기 위해서는 선수단 단합이 중요했다. 구기 종목은 한 명이 특출나게 잘한다고 강팀이 되는 게 아니다. 같이 합을 맞출 수 있는 협업 배구를 해야 한다. 전지훈련을 통해 잘 적립이 돼가고 있음을 느꼈다. 부임할 때부터 현재까지도 선수로서 가진 자세, 프로 정신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선수단도 모두 인지를 하고 잘 따라와 줬다.

지난 3년간의 아쉬운 성적을 뒤로하고 선수들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다. 자발적으로 일찍 나와 개인훈련을 한다.



-지난해 페퍼저축은행은 수비와 서브 리시브가 약점이었다. 어떻게 보완할 계획인지.

△부족한 부분은 훈련량으로 채워야 하지만 훈련만으로 갑자기 강팀이 되진 않는다. 영입을 통해 전력을 보완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기본기다. 기초부터 탄탄해야 페퍼저축은행이 진정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수비가 무너졌을 때, 리시브가 안 됐을 때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 것인지, 팀 밸런스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 대처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시즌에 접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빈틈없는 팀이 돼야 한다. 컵대회 준비 과정과 훈련도 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일본 전지훈련에서 시즌 준비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찾았다고 했는데.

△테스트를 계속했다.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술이 부족한지, 보완해야 할지 데이터가 나왔다. 전지훈련 다녀와서 팀의 부족한 부분을 끌어올리기 위해 집중 훈련 했다. 기술을 화려하게 발휘하기보다 기본에서 파생된 끈끈한 배구를 해야 한다. 공격수가 시원하게 잘 때릴 수 있도록 잘 받쳐주고 연결이 잘 이뤄진다면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 세트당 실점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어야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 단단한 팀이 될 수 있다. 배구의 기본이 되는 어텍커버도 공격수가 시원하게 잘 때릴 수 있도록 누군가 받쳐준다면 공격하는데 자신감이 붙을 것이고, 리시브가 안된다면 연결을 정확하게 해서 보완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비시즌동안 컵대회 준비를 하면서 선수들에게 어떤 조언을 했나.

△운동하면서도 선수 개인적인 일들이 많다. 하지만 ‘개인적인 일을 운동하는 시간까지 가지고 오지 말라. 오로지 운동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우리가 맞설 팀은 6개 팀이만 또 다른 대상자가 있다. 그건 바로 ‘나 자신’이다. 나도 선수 생활 때 힘든 훈련은 하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나와 싸워서 체육관에 나왔다. 그런 의지를 훈련장에서 발휘해야 한다. 내가 가진 재능이 있는데 그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내 마음가짐과 자세,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페퍼저축은행의 장기적인 목표로 ‘탄탄한 팀’를 내세웠다. 외국인 선수 1순위 자비치와 장위 영입으로 기대감이 남다를 것 같다.

△자비치는 신장과 파워에서 강점이 있고 배구에 대한 이해가 높다. 장위는 압도적인 신장을 바탕으로 블로킹, 속공이 뛰어나 공격 옵션이 다양화 될 것 같다. 두 선수 우리 팀의 높이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특정 선수가 잘해서 중요한 게 아니라 국내 선수들과 어우러져 유기적인 플레이를 구사해야 한다. 잘 조화가 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팀이 달라지고 더 발전됐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외국인 선수들을 비롯해 좋은 선수들이 여럿 포진돼 있기에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외국인 선수 활약은 팀 성적에 영향을 미치기에 이들의 능력, 활약 여부는 팬들의 큰 관심사다. 늦게 합류해 일본 전지훈련을 소화한 외국인 선수 1순위 자비치와 한국에서 합을 맞출 것을 주문했는데.

△자비치가 100% 몸 상태는 아니었다. 들어온 기간도 짧고 선수단과 호흡도 완벽하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맞춰가는 과정이지만 훈련을 통해 자비치의 배구 스타일과 어떤 볼을 어려워하는지, 세터들과의 호흡도 파악했다. 자비치 선수 본인도 잘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장위는 중국에서 대회를 치른 뒤 컵대회 일주일을 남겨두고 복귀했다. 컵대회 준비 기간은 부족했지만 전지훈련 기간 장위가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보여줬다.



-시너지 발휘를 위해 ‘원팀’의 정신력을 강조했다. 주장인 박정아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

△박정아가 여자배구 대표팀에서도 주장직을 맡았다. 현재 팀 내에서 고참인 만큼 솔선수범해 후배들을 잘 이끌고 있다.

주장이라면 리더역할과 책임감을 갖고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는데 박정아 선수가 고참으로서 그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본인 스스로도 (팀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확실히 느끼고 있다. 야간 훈련도 참여하면서 팀 분위기를 잘 끌어가고 있다.



-이번 컵대회는 각 팀별 완전체 전력으로 출전한다. V리그 전초전으로 불리는 이번 대회 어떻게 전망하나.

컵대회는 리그 전초전이다. 연습경기를 치러본 팀도 있고 안 해본 팀도 있다. 100% 완성도라기보다 그 완성도를 높이는 구간이다. 실전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지켜보고 상대 전력을 분석할 기회이기도 하다.

컵대회에서는 각 팀의 장점과 기량을 얼마나 발휘하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여자배구 7개 구단의 전력이 모두 좋기 때문에 우리 팀도 강점을 발휘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겠다.



-이번 컵대회에서 검토할 부분과 단기적인 목표를 밝혀달라.

△실전에서 국내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 간의 합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잘 갖춰져 있는 기본기에서 나오는 탄탄한 배구를 하는 것이 올 시즌의 목표다. 이 목표를 향해서 가다 보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스텝바이스텝으로 올라가면서 안정적으로 팀을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 과정이 잘 이뤄지면 결과도 나온다. 가지고 있는 강점을 더욱 세밀하게 업그레이드하고 조직력을 다듬어서 실점을 줄이겠다. 처음부터 큰 목표가 아닌 해가 갈수록 발전된 팀으로 만들어 보겠다. 감독이지만 배구인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장소연 감독이 페퍼저축은행에 와서 변했구나’라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하고 싶다.



-올 시즌 페퍼저축은행이 보여 줄 배구 스타일을 정의하자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팀이었으면 좋겠고 그런 플레이를 보여 주고 싶다. 팬들에게 승리로 보답해 기쁨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가 잘 나오든, 나오지 않든 상대를 밀어붙이는 끈기 있는 배구를 통해 팬들에 즐거움을 주고 싶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에서 나오는 과정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배구를 구사하겠다.

/글=조혜원·사진=김태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