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웃도는 따뜻한 날씨에서 이번주 갑자기 한파 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양극화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트렌치코트와 자켓 등으로 분위기를 내고 풍성한 제철 음식에 풍요로웠던 계절 ‘가을’이 사라지면서 지역민의 삶과 경제계 전반에도 다양한 변화가 보인다.



●애물단지 트렌치코트…옷가게들 재고 처리‘난감’

화순군에서 20평 규모 옷가게를 운영하는 정 모씨(58)는 아직까지 매장 한 켠을 차지하는 가을 옷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가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날씨가 이어지며 가을 옷 판매가 매우 저조했기 때문이다.

가을이 짧아졌다는 소식에 정씨는 올해 가을옷 물량을 전년보다 적게 준비했는데도 마련한 옷의 절반 이상이 재고로 쌓여있는 상태다.

정 씨는 “올해 가을 장사는 역대 최악이다. 반품도 어렵고 따로 보관할 공간도 없어 난감하다”면서 “부피가 큰 겨울 옷 전시를 위해 재고를 반값에 팔고 있지만 얇은 니트, 맨투맨 등 껴입을 수 있는 제품만 팔리지 코트 등 가격대가 있는 제품은 눈길도 못받는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을옷은 사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인 장 모씨(27)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만큼 매년 여러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는 가을에 집중적으로 옷을 구매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더운건지 추운건지 애매한 날씨에 옷장에 박혀있는 얇은 코트도 개시하지 않았다. 점점 가을이 더 짧아진다는 관측에 고물가까지 겹치니 가을옷은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요동치는 유통가 달력

광주신세계는 지난 15일부터 겨울 정기세일을 진행중이다. 11월 27일 시작했던 지난해 대비 12일 빠르다. 지난 1일부터 진행한 아우터페어도 작년보다 10일 일찍 실시했다.

올해는 겨울 제철 음식도 일찍 만날 수 있었다. 작년만 해도 이마트는 11월 9일에 방어회를 할인 판매했는데 올해는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하는 등 방어 등판 시기가 크게 당겨졌다.

반대로 따뜻한 날씨에 출하가 늦자 롯데백화점 광주점은 굴·햇김 등을 지난해보다 약 2주 늦춰 선보였다.

월동용품도 이른 시간에 소비자들을 맞이했다. 다이소는 보온 내의(내복)를 작년보다 2주 앞당긴 지난 21일 출시했다. 롯데홈쇼핑은 온풍기 등 난방 가전 편성을 지난해 대비 한 달 앞당겨 이달 초부터 판매하고 있다.



●가을 특수 실종에 지역경제 암울

가을 성수기 실종으로 유통업체 실적 전망도 암울하다. 이태원 참사 이후 ‘핼러윈 마케팅’이 실종되고, 긴 소매나 겉옷 등 비교적 단가가 높은 의류를 소비자가 외면하는 등 악재가 겹쳐서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3분기 영업이익이 2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4% 줄었다. 같은 기간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 영업이익은 각각 31.4%·65.4% 감소했다.

지역 소비도 침체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광주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소매판매액지수는 97.4·97.1로 전년동분기 대비 각각 7%·5%씩 줄었다. 백화점은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8개 분기 연속, 대형마트는 2분기 연속 감소세다.

총 소매판매액지수 또한 94.9로 3.5% 줄어드는 등 무엇보다 지역 전반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업계는 다가오는 연말 특수를 이용해 소비를 활성화 시킬 구상이지만 올해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85로 집계돼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