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내가 정치인인가요?'
열린세상

<열린세상> '내가 정치인인가요?'

심명자 대한독서문화예술협회 이사장
유명 가수 생일파티 사진 '파장'
'강건너 불구경' 행동은 안해야

지난 11일, 광주광역시청 1층 로비에서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시민 축하 행사'가 열렸다. 이 지역의 예술가, 문학인, 교수, 시민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초저녁부터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청년들의 춤과 노래, 주홍작가의 샌드아트애니메이션, 학자가 보는 5.18 스토리 등 이 행사의 참여 작가들은 이 시대를 저마다의 시선으로 드러냈다. 몸짓, 선율, 노래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해 자유와 평화를 표현했다. '소년이 온다'의 모델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를 포함하여 5.18 유가족들도 자리하여 시종 눈물을 훔쳤다. 마침내 스웨덴 현지의 시상식이 시청 로비에 생중계 될 때 그 자리에 모인 시민들의 환호성이 울렸다.

계엄령 선포와 시민을 학살한 군사 정부, 이것을 지시한 전두환 처벌을 위한 특별법이 세워지고 오랜 시간 5.18 진상 규명을 해왔다. 전국에서 교사, 시민, 예술가, 작가 등이 연대해서 공권력이 더 이상 시민을 학살하는 일이 없도록 5.18의 진실을 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남지역이나 보수 의식이 강한 지역들은 북한이 쳐들어왔다거나 광주에서 시민 폭동이 일어나서 정부가 진압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두환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1979년 12월 12일의 사태를 조명한 '서울의 봄'은 흥행몰이를 위해 잘 만들어진 영화일 뿐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이렇듯 전략적으로 왜곡한 사실을 진실로 믿고 있던 사람들에게 '소년이 온다'는 큰 충격이 되었을 것이다.

올해로 '존 레논'의 Imagine이 발매 된지 53년이 됐다. 한국어로는 '모든 사람들을 상상하십시오.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라고 번역 되는 이매진은 전쟁 없는 세상, 국가나 종교라는 이름의 억압이 없는 세상, 가난과 차별이 없는 세상, 남녀의 구분이 없는 세상, 모두가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바라는 노래다. 이 곡은 롤링 스톤 선정 500대 명곡 3위에 빛나는 세기의 명곡이다. 많은 뮤지션들이 오마주하고 싶은 노래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오아시스가 "Don't Look Back in Anger"로 재탄생했다.

체코의 프라하에는 '레논의 벽이 있다. 영국의 밴드 '비틀즈'의 한 멤버이자 사회운동가로도 활약했던 존 레논의 얼굴이나 그의 가사들이 많이 그려져 수도회의 평범했던 벽이 평화를 염원하는 벽이 된 것이다. 1980년대 공산정권 하에 자유를 억압당하던 체코인들이 체제적 구속으로부터의 해방을 향한 갈망을 에술적으로 승화시켰다. 에어브러시로 다양하고 화려한 물감을 뿌리는 그리패티나 여러 소재로 낙서를 한 그림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고, 여전히 누군가는 그 거리를 지나며 벽에 평화를 표현하고 있다.

지난 7일, 국민가수라고 일컫는 유명 가수가 자신의 SNS계정에 반려견 생일파티를 한 사진을 올렸다. 그 시각은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을 표결에 부쳤고, 전국에서 수십만 명의 인파가 거리로 나와 일촉즉발의 긴장감과 함께 국가 안정을 소원하며 추위를 무릅쓰고 시위를 벌이던 때이다. 가수가 올린 사진을 본 누리꾼이 그에게 다이렉트 메시지((DM)을 발송해 "이 시국에 뭐하냐"고 지적을 했다. 대중의 사랑으로 최상급의 공인 가수가 되었으면 대중의 안정을 생각해서라도 정치적 행동은 하지 않을망정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 같은 행동은 하지 마라는 준엄한 경고였다.

그 가수의 첫 답은 '내가 정치인은 아니잖아요'이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활동하는 가수가 안정적으로 활동하려면 대중이 평온해야 함을 잊은 것이며, 정치인만 국가 위기에 대응한다는 편협한 사고를 드러냈다. 정치적 발언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강 건너 불구경 하는듯한 인식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공인의 의무이다.

많은 사람들이 긴 세월동안 5·18 역사 왜곡을 수정하려고 노력해 왔어도 뿌리박힌 생각을 지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의 노벨상 수상은 단숨에 전 국민의 생각을 바꿔놓을 수 있는 큰 선물이 되었다. 윤석열의 무지막지한 계엄령 선포 덕분에 영남지역 사람들이 광주시민들에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역시 펜은 칼보다 강하다. 노래를 비롯한 문학과 예술은 사람들의 의식을 자연스럽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변화하게 하는 큰 역할을 한다.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진실이다. 자신이 발을 딛고 사는 나라가 안정적이었을 때 그 자유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