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일본의 추리소설 거장으로 손꼽히는 미야베 미유키가 일본 전통 정형시의 일종인 하이쿠와 미스터리 단편소설의 접목을 시도한 단편집을 내놨다.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가 들어간 하이쿠 구절을 제목으로 한 12편을 수록했다. 시댁에서 고립된 며느리, 남자친구에게 스토킹 당하는 여자, 바람피우는 남편에게 속는 딸의 삶을 엄마의 입장에서 쓴 얘기 등 여성의 슬픔과 고통에 공감하는 이야기들이다. 북스피어.
◇기억의 기억들=러시아의 푸틴 체제에 반대해 독일로 망명한 시인 마리야 스테파노바의 첫 소설이다. ‘나’는 고모의 집에서 일기장 하나를 발견한다. 사소한 기록으로 가득한 이 일기장은 ‘나’로 하여금 오랫동안 간직해 온 꿈인 가족사를 쓰는 작업을 시작하게 만들고, 유대계 러시아인 가족의 5대에 걸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다. 자서전, 픽션, 여행기, 비평 등 다양한 글쓰기 형식을 활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작가는 정치와 역사, 기억에 대한 독특하고도 치열한 탐구를 담은 이 작품으로 2021년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복복서가.
◇밥 먹다가, 울컥=요리연구가인 박찬일 셰프가 음식, 술, 오래된 식당에 얽힌 기억을 엮어낸 산문집이다. 세계 3대 요리 학교로 꼽히는 이탈리아 ICIF에서 공부한 지은이가 기억해야겠다고 꼽은 것은 세련된 호텔 레스토랑의 고급 요리가 아닌 낡은 음식점에서 한 끼를 때운 서민들의 사연이다. 비만과 고지혈증이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맛있고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이 넘치는 시대지만 이런 음식이 그리움을 달래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저자의 말을 통해 공감할 수 있다. 웅진지식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