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전야행사에서 광주역과 전남대, 조선대 등지에서 출발한 시민들로 이뤄진 ‘민주평화대행진단’이 행사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태규 기자 |
수많은 시민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켜낸 5·18 정신을 되새기며 희망과 연대의 의미를 나눴고, 오월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기리는 추모 열기 또한 뜨겁게 달아올랐다. 또한 엄숙하고 무거운 추모 방식에 벗어나 시민 참여형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지며 세대를 넘어 모두가 하나 되는 ‘화합의 장’으로 거듭났다.
지난 17일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전야제에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내란세력 청산, 윤석열 구속’ 등 구호를 비롯해 시민들의 환호 소리로 넘쳐났다.
특히 올해는 11년 만에 토요일에 열린데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기간과 맞물리면서 5만여명의 인파가 몰렸고, ‘아 오월, 다시 만난 오월’을 주제로 사전대회와 본행사, 대동한마당 등 3부로 마련됐다.
이날 전야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45년 전 광주의 아픔을 축제로 승화하듯 모두가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좌우로 흔들며 축제를 즐겼다.
이은미 가수가 5·18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자 수만명의 시민들이 동시에 금남로가 울릴 정도로 함께 제창했다.
축제의 열기는 3부 ‘빛의 콘서트’에서 더욱 고조됐다. 스카웨이커스, 노래를 찾는 사람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백금렬과 촛불밴드 등의 노래공연이 이어졌고, 노래가 끝나자마자 시민들의 앵콜이 쏟아졌다.
응원봉과 깃발을 흔들며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관악구에서 방문한 김서현씨(27·여)는 “45년 전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에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응원봉을 들고 전야제를 찾았다”며 “탄핵 정국 당시 광장에서 등장한 응원봉의 불빛들을 다시 보니 가슴이 벅차고 뭉클한 감동이 밀려왔다. 올해 행사는 정말 다채로웠고 지난해와 또 다른 새로운 감동을 선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야제 앞서 금남로에서는 5·18 당시 시민들의 자발적인 헌혈 모습이 재현됐고, 주먹법 나눔 행사에서는 지난해 1만 명분보다 많은 5만 명분의 주먹밥이 제공됐다
경남 창원시에서 방문한 고세연씨(48)는 “지난해 비상계엄을 겪으면서 평소 관심이 없었던 5·18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45주년을 하루 앞두고 광주를 방문해 당시 피해자인 오월 어머니들이 만들어 주신 오월 주먹밥을 먹어보니 광주의 공동체 정신, 그날의 아픔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소회했다.
동구 중앙초등학교에는 ‘오월 텐트촌’이 마련돼 시민들에게 색다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은 1,000~1,200명이 숙박할 수 있는 텐트 500동을 설치했고, 어린 자녀와 함께 방문한 학부모들은 가족 간 소중한 추억을 쌓으며 오월 정신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전야제에 참석하기 위해 타 지역에서 온 시민들 역시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전주에 거주하는 오창환씨(41)는 “매년 5·18 전야제에 참석했는데, 올해 광주 텐트촌 운영 소식에 아이와 함께 신청했다”며 “임시 시설인 텐트촌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특별한 경험인 만큼 아이와 5·18 역사에 대해 나누며 좋은 추억을 쌓겠다”고 말했다.
45주년 5·18 기념식이 열린 18일 도심 곳곳에서도 전야제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는 그동안 5·18 기념식 당일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자제해온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오월의 의미는 계승하되 시대의 아픔을 넘어 5·18 민주주의 축제로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광주시는 앞서 경기에 오월의 의미를 담은 이벤트와 응원단 운영을 KIA 구단에 요청했고, 경기장에서는 추모와 축제가 어우러진 응원전이 펼쳐졌다.
오월 영령들이 잠든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유족과 참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추모 열기가 절정에 달했다. 지난 17일 오전 0시 기준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은 참배객은 5만 2,700여명으로 집계됐다.
5·18 기념식이 끝난 오전 11시부터 일반인 참배객들의 방문이 허용됐고, 시민들은 헌화와 묵념을 하며 오월 영령들을 추모했다.
경남 창원에서 방문한 엄지현양(14·여)은 “부모님과 함께 오월의 역사를 배우고 싶어서 지난 17일 광주에 왔다”면서 “처음 5·18민주묘지에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민주묘지에 방문해 오월 영령을 기억하는것 같다. 청소년들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오월의 역사를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환준·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