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의 숨결 느껴볼까 - 전남매일
근현대사의 숨결 느껴볼까
특집

근현대사의 숨결 느껴볼까

전남매일 이색카페-보성여관
일제시절 5성급 호텔 방불케해
1층 한옥 2층 다다미방 이색적
큰 창 보며 마시는 커피는 운치

카페창가

다다미방
레트로 감성을 찾아 다니는 여행이 트랜드로 자리잡은 요즘.

지역 곳곳으로 여행을 가 보면 담양 추억의 골목이나 순천의 옛 창고 건물을 개조해 만든 청춘창고,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등 예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곳에 사람들이 붐비곤 한다.

보성 벌교에도 특별한 거리가 있다. 태백산맥 문학 거리다. 거리 중심에는 ‘보성여관’이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다. 보성여관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벌교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한옥 마루
◇소설 태백산맥 ‘남도여관’

벌교 하면 떠오르는 것이 꼬막.

하지만 이보다 더 유명한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이다.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주요 무대가 23곳 정도 된다. 주로 벌교천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데, 이로 인해 현재 태백산맥 문학 거리라고 이름 붙여졌다. 태백산맥 문학 거리 일대는 일식 목조건물 구조로 디자인이 맞춰져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다. 이런 목조건물은 ‘보성여관’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보성여관이 있기에 문화의 거리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보성여관은 소설 태백산맥에서 ‘남도여관’이란 이름으로 친숙하다.

보성여관은 1935년 일제강점기 시대에 지어진 일본식 여관으로 당시에는 벌교의 가장 번화가의 중심지에 위치해 5성급 호텔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이후 1970년도 산업화에 따라 모텔이 들어서면서 여관이 쇠퇴기에 접어들었고, 개인이 조금씩 용도변경을 하면서 목공수, 양복점 등 건물이 쓰여 왔다.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면서부터 다시 벌교가 주목받기 시작하고, 특히 보성여관은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까지 시대적 상황을 담고 있는 중요한 장소로 입증되면서 문화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등록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됐다. 이후 문화재청이 그 희귀성과 예술성 역사성 등을 고려해 2006년도 매입 후 2008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을 관리단체로 지정해 설계 및 보수를 거쳐 2012년부터 대중에게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한옥 마루
◇한·일 양식 융합 추억 깃들어

복원된 보성여관은 벌교와 보성여관의 역사를 담고 있는 전시장을 비롯해 차와 음료를 즐기면서 독서까지 할 수 있는 카페, 생생문화재 프로그램을 포함해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소극장, 그리고 소설 속 남도여관을 느낄 수 있는 7개의 숙박동으로 이뤄져있다.

입장료 1,000원을 내면 보성여관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카페는 전통찻집의 모양새다. 여러 콘셉트의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보성여관 안에 있는 카페는 오래된 향수를 간직해 이곳의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색다른 풍경을, 어르신들은 추억의 어린 시절을, 젊은이들에게는 체험의 공간을 선서한다.
소설 태백산백 필사 공간

찻잔 하나하나에도 옛 멋이 그대로 담겼으며 커피잔에도 ‘세월을 담은 공감에서 꿈을 꾸다’라는 보성여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커피를 제외한 카페의 모든 메뉴에 들어가는 재료는 지역에서 난 농산물을 활용했다.

녹차, 생강차, 유자차, 복숭아차 등 지역 생산물 홍보도 적극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모든 음료는 4,000원이다.

보성여관 카페는 큰 창이 매력적이다. 창가에 앉아 걸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내리는 비를 보며 차를 마시면 더욱 운치 있게 즐길 수 있다.

보성여관의 2층 공간은 전통 일본식 다다미방으로 구성됐다.

규모 면에서도 당시 다른 건물에 비해 큰 규모이다. 현재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2층의 다다미방은 좋은 전망과 색다른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1층의 전통 한옥과 2층의 일본 다다미방이 어우러진 보성여관에서 하룻밤 묵는다면 어떨까.

2018년부터 보성여관을 운영하고 있는 박영기 관장은 “소설 태백산맥을 읽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와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곳”이라며 “전국 관광객은 물론 문화탐방객들이 끊임없이 찾는 곳으로 코로나로 인해 현재 소극적인 운영을 하고 있지만, 휴가철에 많이들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 양식이 융복합된 전통을 간직한 곳으로 아름다운 정원과 카페, 숙박시설을 비롯해 생생문화재사업을 통해 많은 문화 혜택을 드리고 있으니 편안함과 안락한 여행을 원한다면 한 번쯤 찾아보는 것도 좋다”고 밝혔다./이주연 기자

카페에 전시된 옛날 교과서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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