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오월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이 왜곡되지 않고, 제대로 된 5·18 진상규명을 통해 희생자들의 울분을 풀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둔 9일 오전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아이부터 초·중학생, 대학생 등에 이르기까지 5·18 민주화운동이 갖는 역사적 의의를 가슴 속에 되새기며 국가폭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오월 영령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했다.

시민들이 추모글을 적어 매달아 놓은 리본 3,000여장은 민주묘지 입구부터 민주의 문까지 매달려 있었고, ‘오월 영령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5·18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감사드린다’ 등 추모글이 적혀있었다.

이날 5·18민주묘지를 찾은 초·중학생들은 5·18민중항쟁추모탑에서 분향과 헌화, 묵념을 시작으로 해설사들의 설명을 듣고 민주열사들의 묘역을 돌며 참배했다.

광주 용연학교 교무부장 이현민씨(41)는 “매년 5월이 되면 학교에서 내용을 바꿔가며 행사를 진행하지만, 5·18 민주묘지 참배만큼은 빼먹지 않고 방문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묘역을 참배하고 해설사분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역사의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해설사들은 80년 5월 당시 희생된 박기현, 전재수 등 열사의 묘역 앞에서 그들이 청소년 나이에 겪었던 뼈아픈 상황을 설명했다.

한 해설사는 동신중학교 출신의 박기현 열사에 대해 “5·18 당시 계림동 책방에서 나오던 박군은 데모군의 연락병으로 지목돼 진압봉으로 구타당해 사망했다”며 “계엄군들의 무차별적인 학살이 이뤄져 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희생당한 시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더운 날씨에도 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해설사가 설명하는 열사들의 일화를 경청했고, 한 학생은 비슷한 나이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열사들의 이야기를 듣고선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동신중 1학년 이강률군(14)은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큰 관심이 생겨 관련된 내용을 찾기 위해 인터넷과 책을 많이 봤다”며 “최근 5·18 왜곡 게임으로 문제가 됐는데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모욕하지 않고 희생자분들 덕에 좋은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두고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온 개인 참배객들도 눈에 띄었다.

전북 익산에서 온 이모씨(44)는 “매년 5월이 되면 오월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민주묘지를 방문하고 있다”며 “아직도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무명 열사들과 수습되지 않은 시신들에 대한 문제도 있는데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온 김세영씨(59)는 “광주에서 거주할 당시 5월 뿐만 아니라 수시로 묘역에 들러 참배했는데, 지금은 거리가 멀어 자주 방문하지 못해 희생자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진상규명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져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울분을 해소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5·18민주묘지에는 6,210명의 추모객이 다녀갔다. 지난달에는 1만 1,202명이 다녀갔고, 이중 외국인도 622명이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