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



김미경



-중략-



우수영은 내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께서 살던 곳 나는 농부의 딸

내 속에도 전쟁의 불꽃이 튀고 있어요

적군의 칼도 녹여버릴



소쩍새 울음, 상주가 되던 마을들

벌건 인두 자국 찍힌 몸으로 일어서는 장군 앞에

보성, 고하도 우수영 진도 - -

젊음들이 모여들고 창고에는 쌀가마가 쌓였지요

목숨도 내 놓았어요

미역줄기 소라 산호 물고기 게 홍어 -

바다를

유산으로 물려주려는 대가였을까요



케이블카에 앉은 이 땅 상속자들이

들을까요

저 바다 이랑 속에 적힌 피의 말들을



판옥선 만드는 소리를 들어요

거북선 철갑위에 못 박는 소리

달빛 가득한 뱃전에 선 장군

우주를 꿰뚫는 눈빛, 바다를 품에 안은 그의 탄식이

잘 들려요

12장 편지에서 바다는 장군의 목숨을 받았어요

누각에 앉아서 쓴

내 맘에도 횃불이 타고 있어요



날개를 깊이 펴 바다 위를 나는 학 한 마리

날렵한 판옥선 학 날개 아래 파도는 주홍빛 산더미



상속받은 우수영 바다

할아버지가 우수영에 살았어요

남쪽바다가 지옥무리 손에 떨어졌다면

나는 있을까요



-중략 -





제2회 충무공이순신호국문학상 대상



특별 시리즈 시 ②

아버지로 시작해서 아버지로 끝맺는 시 ‘상속자’는 우수영 울돌목에 설치된 케이블카를 통해 화자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본 이순신 장군에 대한 감동과 재발견을 아버지께 편지를 띄우는 듯한 서간체로 쓴 긴 서정시다. 화자는 상속자로서의 아버지와의 관계가 형성됨으로 장군에 대한 뜨거웠던 감격과 감사를 해결 할 수 있었다.

6연 “저 바다 이랑 속에 적힌 피의 말들을”에서 그때 그 바다가 우리 것이 될지 혹 적군에게 나라를 송두리째 내주게 될 것인지의 상황에서 그 피비린내 나는 파도가 출렁거렸을 현장을 환유와 의인법로 묘사 했고 그 케이블카를 타는 필자와 우리가 그 피의 말을 들을 수 있을까로 설의법, 도치법으로 사유의 공간을 이끌었다.

7연 “달빛 가득한 뱃전에 선 장군/우주를 꿰뚫는 눈빛, 바다를 품에 안은 그의 탄식이 잘 들려요”는 그 전시에도 일기와 시를 쓰고 읽던 장군, 치열한 해전 전투를 앞둔날, 그 밤에는 얼마나 외롭게 뱃전에 서서 온 우주를 꿰뚫어 보았을까, 자식을 품에 안듯 탄식과 각오로 그 우수영 바다 아니 조선의 해안을 다 품에 안고 목숨처럼 붙들었을까, 또한 잠 못 이루며 밤새 뱃전에서 휘파람을 불었다는 일기속 그 분 옆에 가서 필자는 어린 청소년 자녀가 되어 서 보기도 했다

9연 “상속 받은 우수영 바다 /남쪽바다가 지옥무리 손에 떨어졌다면/나는 있을까요”에서 장군과 조상들 목숨 값으로 얻은 땅에 필자의 뿌리가 있음을 알았다. 이것은 필자의 머릿속까지 쭈빗해지게 하는 뜨거운 감격이었다. “푸른 유산”에서 장군이 물려준 이 정신유산과 국토를 필자의 현재 삶의 자리에서 잘 지켜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인·전남매일 신춘문예 당선자